박 상 우
지방분권운동 대전본부 사무국장
한국사회는 전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도권 초집중현상으로 인하여 나라 전체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수도권은 과잉과 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가 하면 지방은 빈곤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중적 고통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결국 이것은 국토면적의 11.8% 밖에 안되는 수도권에 전 국민의 47%가, 그리고 공공기관의 84%가, 대기업 본사의 90%가 밀집하도록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정책을 조장해 온 역대정권의 정책실패와 지역 불균형성장 정책의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중앙집권적·중앙집중적 사고로 인한 각종 폐해를 제거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인 동시에, 분절된 지역을 통합하고 수혜계층과 소외계층간의 사회적 통합을 이룸으로써 수도권의 과밀화 억제와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실현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신행정수도 건설이 분권과 분산의 시대를 여는 선도적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권과 수도권 패권주의자들은 당리당략에 치우쳐 정쟁을 일삼거나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나머지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방해하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1일에는 4당 원내총무가 합의하고 국회 운영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결의한 ‘신행정수도건설특위구성결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는 등 논의 구조의 틀마저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제 도입문제로 정쟁을 벌이다 사실상 국회의 기능이 마비되는 파행정국으로 치달으면서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을 비롯한 민생입법, 정치관계법 등 법안 심의 자체가 불가능한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꼬일대로 꼬여버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연내 제정은 더욱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물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정치권의 정략에 의해 발목을 잡힐 거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던 사안이다. 지역간 갈등과 대립을 획책하여 서울·경기권과 다른 지역의 분열을 꾀할 때도 그러했고,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한 채 당위성만을 주장할 때도 그러했고,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조차 상정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특위 구성을 논할 때도 그러했고, 특위 구성을 통해 회기를 연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일 때도 그러했다. 나아가 4당 원내총무가 합의하고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특위 구성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때는 더욱 그러했고, 특검정국을 통해 국회의 안건심의 기능을 마비시킬 때는 그야말로 부정적 예견을 확신했다. 결국은 정치권의 이중적인 행태로 인해 올 정기국회 회기중에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통과가 난망하다는 부정적 예견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을 볼모로 한 정치투쟁이나 정치권의 정략에 발목을 잡힌 채 분권과 분산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3천만 지역민들의 기대를 접기에는 아직 이르다. 나라 곳곳이 잘사는 그런 나라, 여당과 야당에 의해 구분되지 않는 그런 나라를 원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오늘의 사태를 가져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모든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동시에 정치권은 이러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제 문제와 무관하게 이번 정기국회를 즉각 정상화시키고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등 민생법안을 연내에 제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사고전환이 가장 시급하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3대 특별법 제정을 반드시 당론으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11월25일 최병렬 대표가 특검정국과 무관하게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연내에 반드시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더불어 신경식 의원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건교위 법사소위로 넘겨 심의하겠다는 것과 최종 정기국회 마감일인 12월 9일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이 아직 유효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한나라당이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권은 존재가치가 없듯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지역의 여망이 정치권에 의해 좌절된다면, 절망의 들판에서 희망의 싹을 키워가려는 3천만 지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정치권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