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논쟁

“자율성 주세요”…“학생은 학생다워야”

송산중, 학생 자율성에 대한 토론회 열어

“자유를 구속하는 규제는 풀어야 한다.”, “아니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의 자율에 대한 규제문제만큼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일도 드물 것이다. 이 논쟁의 역사 또한 얼마나 긴가.

지난 6월 27일 송산중학교에서는 이학교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학생 자율성,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이날 토론회는 예상대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첫번째로 ‘머리모양의 자율화’에 대한 집중토론에서부터 논쟁은 뜨거웠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인 만큼 한치의 양보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학생들은 주제발표에서 “머리모양 제한은 개개인의 개성을 억누르는 제도 일뿐만 아니라 일제식민지시대와 권위적인 군사문화의 잔재이므로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도 “머리모양의 자유화가 거의 모든 일탈행위의 단초가 될 수 있고 학생다운 품위유지에 저해가 된다”라고 우려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머리모양이 성적에 영향을 끼치느냐, 아니냐”라는 대목에서는 설전에 설전을 거듭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토론이 소모적인 논쟁만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머리모양의 자율화를 주장하면서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선을 제시해 성숙한 면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자기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똑같은 단발머리 모양을 벗어나 자기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어깨높이 정도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교복개조’에 대한 집중토론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들도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표현했다. 학생들이 “교복이 촌스럽고 현대감각에 뒤떨어져 보여 바지와 치마를 고쳐입고 다닌다”고 말하자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아예 현대감각에 맞는 것으로 교복을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토론문화 발전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교사와 학생들간의 협의를 통해 충분한 사전준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토론문화에 익숙치 못한 탓인지 지정토론자 이외의 참석자들은 발언을 거의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한복 교사는 “한 두번의 토론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이런지리를 통해 서로의 의식차이를 인식하고 더 나아가 문제해결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토론을 마친 후 학생들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듯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도교육의 현실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이런 경험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더 중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