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참패와 김종필 전 총재의 정계 은퇴로 자민련이 위기에 빠져 있는 가운데 심대평 충남지사가 ‘자민련 개혁의 주도자’를 자임하고 연일 자민련의 개혁과 변화를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심 지사는 지난달 20일 충남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같은달 24일 자민련 중앙당 기자회견, 25일 대전CBS 대담, 27일 대전KBS 라디오 등을 통해 거듭 자민련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심 지사가 내놓은 자민련 살리기 복안은 창당수준의 개혁- 분권형 정당제도 도입-전당대회 전 당 개혁프로그램 제시 등으로 요약된다. 심 지사는 최근 기자회견 및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이 공감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당 혁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인물을 포함, 새로운 당명과 당규, 당헌을 들고 국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꾸는” 획기적이고 강도 높은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는 것.

“분권형 체제로 지역으로 권력분산” 촉구 심 지사는 또 “정당운영구조를 기존의 중앙집권형에서 의사결정구조, 공천시스템, 재정운영구조 등을 당원 중심, 지역 중심으로 운영하는 분권형 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당 총재와 중앙당이 기초 단체장까지 일방적으로 공천하는 방식에서 지역에서 대표를 내고 지역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 주는 상향식 지방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세부운영구조와 관련해서는 “지역위원회(지역당)와 전국위원회(중앙당)가 평등한 지위와 권한을 갖고 다만 중앙당은 정책개발 등 역할을 전담하고 지역당은 민생현안을 수렴하는 등 풀뿌리 조직을 일구는 역할을 담당해 나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는 지역대표와 전문가대표 등이 중심이 되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심 지사의 이같은 인식의 근저에는 “자민련이 시대변화와 국민들의 바람에 적응하지 못해 위기를 자처했다”는 평가가 깔려 있다. 심 지사의 “자민련이 17대 총선의 참패에 분명하게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언급 또한 같은 의미로 읽히고 있다.

그러나 심 지사의 이같은 정당개혁안은 자민련 내에서는 획기적인 것이지만 다른 정당들에 비견해 본다면 매우 때늦은 감이 있다. 정당개혁에서도 막차 탄 자민련... ‘탈이념 지방주의’로 승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지사의 제안은 보수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민련 내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지배하는 사당으로부터 독립선언 외에 ‘정치분권(권력분산)을 통한 지방정치 활성화’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심 지사는 정당의 이념적 지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심 지사는 지난 5월24일 자민련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념적 정치보다는 생활정치, 지방중심, 정책중심의 수권정당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전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진보와 보수 기득권층과 소외계층의 갈등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생활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자민련에게 요구되는 당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이념정당보다는 지방의 이익을 대변해 지역을 기반으로 뿌리 내리겠다는 ‘탈이념 지방주의’로 풀이되고 있다. 심 지사는 지난 5월25일 대전CBS와 가진 대담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지사직을 사퇴하면서까지 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은 당대표 선출이 문제가 아니라 당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당 대표 경선에는 나서지 않고 지사직 전념 의사를 밝히면서 당 개혁을 위해서는 중심적 역할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심 지사는 대신 오는 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당 혁신위 출범 △개혁로드맵 제시 △분권형 정당제 도입 등을 중앙당에 요구하고 있다. “당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당대회와 당 대표 선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당 개혁 동력 있나” 전망 평가 부정적 문제는 이미 사당화와 지역당으로 이미지가 굳어 있는 자민련을 아래로부터 개혁해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주로 시민들의 정치의식 변화와 자민련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그룹들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즉 다수 시민들과 다수 당원들이 주도하는 자민련 개혁운동에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당득표 2.8%와 민주적 당 운영 원리가 체질화되지 못한 자민련에 다수 시민들과 다수 당원들이 자민련을 되찾으려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실제 자민련 비상대책위는 심 지사의 요구에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련을 독점해온 JP의 권위 하락에 따라 심 지사의 행보만큼 당내 발언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심규상 충남지역신문협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