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

김광규

모든 인연 뿌리치고

먼 길을 떠나

타박타박 오랜 세월

혼자 걸으며

오로지 외곬으로

잊기 위해 살았다

응달 속에 지나온 길

아득히 사라지고

흘러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는데

한 순간도 그의 몸을

잊지 못하고

한 발짝도 그의 몸을

떠나지 못한 채

서녘 하늘 바라보는

탑이 되었다.

영워노가 마주치는

그 짧은 시간

깨달음에 이르는

한 뼘의 깊이

이승에 주어진

그 좁은 우주를

끝내 겪지 못하고

가 버린 그의

태우지 못한 육신이

돌로 남았다

·1941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대 문리과 및 동 대학원 독문과 졸업. 독일 뮌헨대학에서 수학.

·1975년 「有無」, 「물의 소리」, 등으로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