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는 못난 것들은

눈물겹다

김태숙 기자

1

그렇게 지독히 한 시절 사랑했으면서

그렇게 실컷 세상에 배반당했으면서

이제 와 또 사랑의 아픈 꿈을 꾼다

떨어진 목숨 하나

삶 속으로 불러내는 건 사랑뿐이었다고

그리고 영원히 사랑이라고 나는

풀잎 몸 닦아내는 빗방울에게

실토한다

언젠가 이 꿈 또한 사라질 것을 나는 안다

Ⅱ

어젯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대문 밖까지 조용히 날 불러낸

겨울의 마지막 봄비,

가슴 재워 보내고 젖은 머리로 돌아온 그

비가

오늘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소리없이 와서

날 부르지 못하고 있다

바람에 간신히 몸 지탱하고 와서

아이 옆에 누운

내마음만 먼 데까지 데리고 간다

나는 그 먼 데까지 다시 가보고 싶어

밤에만 오는

겨울의 마지막 봄비를 또 기다리겠지만

이 뒤로는

그저 봄의 비만 내릴 것을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