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항 긴 선착장

김태숙 기자

착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너무 착해서 건드릴 수 없는

그러나 밟지 않고는 갈 길 없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옛날 한 사나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어느 시인 하나 그 사나일 부러워했지만

살아있지도 않은 어떤 것들이 또 이다지

아름다울 수 있다고 그 길은

내게 말합니다. 밟고 가라고

밟고서 제발 그리 건너가라고 소리치며

소리없이 입다문 길이 하나 있습니다

바다위에 엎드린 채 그러나

몸은 속세에 둔 채 길이 하나 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 죄 사함을 대신 빌며

물 속에 드리운 참수당한 목덜미

슬프다 말한 적 없는 돌아본 적 없는.

그 마음 속에 다만 하지 못한 말 탱탱하게

푸른 서리 끼었을, 가라고 밟고 가라고 내민

등이 하나 있습니다

이젠 차마 그 등 돌려세워 안아볼 수 없는

이미 바다에 풀어버린 가슴이 하나,

벗은 등줄 앙상한 목덜미로

우리 사는 긴 이유 몸 끝에서 지워버린

착하디 착한 길이 하나.

그런 사람이 하나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