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현장 스케치, 고대 진관리 손용관씨

“우리네야 해 다 갔으니께

자식덜 방이나 얻어주면 족허지”

곳곳에서 모내기 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한 16일 당진 채운들. 이곳에서 논 6천평을 경작하는 손용관(고대면 진관리, 54세)씨는 오늘이 모내기 첫날이다. 새벽 5시에 나와 해 떨어질 때까지 온종일 부인 최인순(51세)씨와 논바닥을 헤집고 다닌다.

6천평 논이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어 기계이앙을 하지만 모를 다 심기까지 이틀은 걸릴 것이다. 뜬모작업까지 하자면 일주일내내 새벽 별보며 출근(?)해야 할 것이다.

상습적인 침수지대인 이곳은 재작년과 작년 잇따라 수해를 입은 곳. 그래서 손씨는 올해는 그저 물 잠기는 일없이 풍년 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한다.

새참으로 시킨 자장면이 배달되자 일행은 논두렁에 둘러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점심식사는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준비해 갖고 나오지만 오후 새참은 자장면을 시켜 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농촌 일손이 줄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다. 그 덕에 면소재지에 있는 자장면집이 농번기 때아닌 특수를 누린다.

오늘 배달나온 보령식당 주인 오재헌씨는 새참으로 나가는 자장면만 하루 1백그릇 가까이 된다고 말한다. ‘철가방’ 들고 이 논두렁 저 논두렁 다니다 보면 논주인들이 한 두잔씩 건네는 술에 취기가 오를 때도 여러번.

예외없이 ‘철가방 아저씨’에 소주잔 내밀며 손씨는 “술인심 담배인심이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우리네야 해 다 갔으니께 자식덜 방이나 얻어주면 되는거지. 봄서부터 빚내 농사짓고 가을에 빚갚고 자식덜한테 투자하고 나면 맨날 꽝이여. 자식덜 장성해 자립할 때까지 살점 떼주며 희생허는 거 보면 사람도 거미, 우렁이 인생과 똑같어. 부모 잘 만나 고생않고 제자식 키우는 사람들이면 물러두.”

“메느리 붙잡고 얘기허듯 허시네.”

난데없는 인생얘기에 부인 최씨가 웃으며 한 말이다.

손씨 부부는 3남매를 두었다. 농사 몇평 지어 모두 대학까지 가르쳤으니 거미, 우렁이 인생과 빗댈만도 하다. 아래로 두 남매를 출가시키는 일이 아직 남아 있어 소원대로 방 한칸 얻어주기 위해 손씨 부부는 올 한해도 부지런히 농사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