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복도에까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가 들어가 보니 아이들 둘이 아빠의 낡은 사진첩 속에 낯설지 않은 아빠의 어린시절 사진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문득 고등학교 때 절친했던 친구들의 즐거웠던 한때를 물씬 느껴볼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20년이 훨씬 넘어버린 일이건만 바로 엊그제의 일들인 것 마냥 눈에 선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인 줄 알지만 다시 그 시절이 눈이 시리도록 그리워졌던 것이었을까?

호서고등학교 1학년 때 2교시가 끝난 어느 휴식시간의 한 풍경으로 배고픈 친구들이 도시락을 까먹고 있는 와중에 개구리 왕눈이(기명), 운산 엿장수(동진)의 응원 속에서 나와 기광이의 팔씨름이 벌어졌다. 나의 승리로 끝난 이 한판으로 나는 줄곧 그 친구에게 우쭐대도 꼼짝못했지만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와의 우정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또 하나의 사진은 덕마리 솔밭으로 소풍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2학년 때부터 교복 자율화로 인해 사복차림으로 단체사진을 찍었을 때의 모습으로 9명의 모든 친구들이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20여년이 지난 지금껏 호시언스 나인(호서고등학교 출신 9명의 동창들)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 때면 고향으로 내려오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기대해 본다.

중년의 모습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모든 친구들이여 파이팅!

세월이 흘러 또 다시 20년 후에 현재의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고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도록 힘차고 당당하게 오늘을 살아가리라.

김 영 환 / 고대면 진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