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김영현
먼저, 가벼워져야 하리
늪을 건너가는 기러기의 깃털처럼....
나무 이파리를 흔들고 가는 가벼운 바람처럼...
니코틴과 알코올에 젖은 피곤한 눈빛
무궁무진한 욕망의 비계덩어리
그렇게는 날개를 펼 수가 없지.
먼저 살진 육체부터 죽여야 하리
먼저 내 속의 나부터 죽여야 하리
마치 난파선이
무거운 짐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듯이
먼저 내 마음의 무거운 갑옷들
벗어던져야 하리
마치 어린시절 부르던 찬송가의 음표처럼,
마치 일속자 장일순선생의 난초 그림처럼,
마치 성철스님의 기운 누더기 가사처럼,
내 마음의 쓰레기들 벗어버리고
한없이 한없이 가난해져야 하리
오, 자유여!
내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아름다운 손님처럼
일찍이
내 인생의 가난했던 순간에 그대
그림자처럼 찾아주었나니
․1955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
․1984년 단편소설 「길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창비신작소설집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1988년 첫시집 「겨울바다」, 소설집으로는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해남 가는 길」
장편소설로는 「풋사랑」 등이 있다.
․1990년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