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바다에서

시인 김영현

빈털터리 바다

온종일 눈이 내렸다.

성낼 것도 없는 사내 하나

흰 눈을 맞으며 왔다.

낮게 늘어뜨린 어깨 위

세월의 십자가 지고

바람에 옷깃 날리며...

바다여,

불면으로 뒤척이는,

뒤척이는, 오오랜 바다여,

내 어찌 한 순간엔들 그대를 잊었으리!

가시나무 같은 내 가슴속

그대 오랫동안 뒤척였으니

이제

나도 나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그리하여

눈보라 자욱이 날리는

그대의 깊은 품속에

죽음처럼

가만히 안기고 싶다.

안겨서 눈물 흘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