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는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회시스템에 있음을 조목조목 재미있게 따졌다

주방에서 케찹통 깔고 앉아 '맞어 맞어' 후렴하며 읽는 책

「시스템을 통한 미래경영」 지원만 씀/현암사

가게에서 쓸 식자재를 사러 당진에 갈 때 서점에 들러 불법주차 호르라기 소리에 귀를 세우고 시간에 쫓기며 돈주고 사서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책을 찾는 것은 스릴 넘치는 나의즐거움이다. 후회하지 않을 책을 찾았거나 책을 찾지 못해서 "다음에 올께요" 소리를 치며 문을 열고 나올 땐 마치 아랫배에 묵직함을 참다참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엉덩이에 변기의 차가움을 느끼는 순간과 같다.

'아, 시원한 배설의 쾌감'

또 주방바닥에 케찹통을 깔고 앉아 새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은 신방 창호지에 침 발라 구멍 뚫을 때의 고 느낌이랄까.

독설로 유명한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에서 지만원이란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의 책 「시스템을 통한 미래경영」(현암사)을읽고 동감하는 바가 많았다. 건축허가 신청을 하고 한달간이나 관청문을 헤매며 줄어만 가는 자금을 걱정하고, 기한이 지나 다시 신청하게 될까 전전긍긍하다가 뉴질랜드의 환상적인 행정을 TV로 시청하게 된 사람. 싱가폴 국제경쟁력 1위 기사를 보며 경제·사회면에 나오는 웃기지도 않는 기사를 곁들여 읽는 사람은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정치, 교육, 경제, 통일 등의 모든 문제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회시스템에 있음을 조목조목 따져서 올바른 사회시스템의 구축 없이는 불합리의 해결은 불가능함을 주장하고 있다.

은행 이용자의 무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 의식개혁을 부르짖고 국민의 열등감을 포장했지만 정작 무질서, 불합리를 개선한 것은 '대기자 번호표 발급기'라는 조그만 기계였음을 아시는가. 오! 제발 누가 이 사회에 대기자 번호표 발급기 좀 놔줘요!!! 아니면 내가 사다 놓을게요.

NGO대회 소식을 듣고 MBC 라디오 대담프로를 들으며 우리의 힘으로 시스템을 바꾸자는 소리를 들었고(은행이 시스템을 바꾸게 된 바로 그 소리) 고객은 왕(王)임을 넘어 이제 신(神)임을 주장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왕은 자신의 가게를 없애진 않지만 신은 가게도 없앨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