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군을 비롯한 전국의 9개 지역이 지난 20일 토지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정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당진군의 부동산 시장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군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상당수의 외지인들에게 있어 당진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주요 도로 주변의 부동산거래 업소들로 상징되는 ‘부동산’, 혹은 ‘투기’라는 단어이다.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당진군민들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시기는 군부독재 정권이 그 생명력을 다해가던 1980년대 말의 정치적 격동기였다.
지난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제시됐던 ‘서해안시대’라는 구호는 조용하던 농어촌마을을 성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끓게 했다. 외지의 투기세력들에게 오랜 농어민의 터전은 고된 노동의 땀방울이 아닌 한탕 손쉬운 돈벌이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당진의 진입로 곳곳에 즐비했던 부동산업체는 성장과 일확천금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기관차의 폭주가 탈선을 예고하듯 지역경제는 한보철강 부도와 잇따른 IMF 사태로 파국적 위기를 면치 못했다. 지역경제의 파탄은 우리에게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고귀한 땀방울의 의미를 잃을 때 신성한 노동의 대가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조금씩이나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가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언제인가부터 또 다시 우리는 귀중한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게 됐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가시화와 함께 당진이 투기지역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다시 불로소득이라는 유령이 우리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당진 전체 땅의 절반 이상이 외지인 소유라는 것은 이제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됐다. 또한 중앙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때면 으레 당진에 소유한 부동산이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는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의 흐름을 유도해 건전한 투자와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지가를 필요이상 치솟게 해서 생산부문을 위축시킨다.
또한 각종 전월세를 비롯한 지역 물가의 상승을 주도함으로써 일반 서민들의 삶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의 수립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지역차원의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토지투기지역 지정을 둘러싼 당진군과 당진군의회의 태도는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지역경제 위축과 사유권 침해라는 근거도, 정당성도 없는 빈약한 논리로 토지투기지역 지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이고 투자가 아닌 투기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인가.
군민의 대표가 다수 서민이 아닌 일부 투기성 토지소유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나섰다는 것은 스스로 군민의 대표임을 포기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일로 당진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됐고 부동산 경기는 점차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당진군과 당진군의회는 이제부터라도 토지거래를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며 자금의 흐름을 건전한 생산부문으로 유도함으로써 민생안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동산 투기심리를 강력히 억제해 건강한 노동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