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일에 난 무척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직접 서점을 둘러보며 책 내음을 맡는 것 또한 즐겁다. 많은 출판물 속에서 좋은 책을 선별하기란 어렵지만 그 또한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평소 역사서를 좋아하던 차에 2000년 연말 무작정 들른 서점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꿈꾸는 자는 죽는가’(이기담, 창작시대)였다.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심상치 않은 이 책은 16C~17C 광해군 집권시대를 배경으로 혼란과 부정의 시대를 대립된 입장에서 타파하려 했던 역사의 현장을 군주의 내면적인 측면에서 그린 역사소설이다. 우리에게 실패한 군주로서 알려진 광해군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의 배경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광해군은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선조의 둘째 아들로서 임진왜란의 촉발과 더불어 세자가 되고 보위를 이어 받는다. 세자 책봉 자체도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못한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졌지만 당시 조선을 일개 제후국으로 지배한 명나라 조정의 정식 인준을 받지 못해 집권 초기부터 불안한 출발을 하였다.
당시 대외적으로 명·청나라간의 미묘한 정치 관계 속에서 중립외교의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었고 대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정치 대립이 심했던 혼란기였다. 혼란과 갈등의 한 가운데 있던 광해군의 내면세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 과정들이 독자를 책속으로 몰입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우리나라가 당면해 있는 과제들을 생각해 볼 때 광해군을 단지 왕의 칭호를 받지도 못한 실패한 군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가 추구했던 중립(실리)외교 정책과 개혁을 위한 소신있는 고뇌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재미는 1995년 8월에 열대야를 잊고 읽었던 ‘新國’(정종명, 문예산책)이란 책과 비교할 수 있어 흥미를 더했다. 시대적 배경이 같으면서 작가의 전개하는 방법과 내용이 다른 이 두 작품을 볼 때 역사는 보는 관점에서 또는 시대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줄곳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컴퓨터 등 정보화 시대에 한 장 한 장 책 넘기는 소리가 더욱 그리운 요즈음 7살 난 딸아이가 동화책 넘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난 행복하다.
- 지은이 : 이기담
- 출판사 : 창작시대
- 가 격 : 7,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