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거친 천둥과 폭우가 내리던 늦은 밤, 일상에 젖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서점의 한 켠에서 발견한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한권의 책을 무심코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은 사람들에게 이 시대의 기인, 광인 내지 시를 쓰는 거지로 불리는 이외수의 소설 ‘괴물’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늘 우리가 보아오던 여타 다른 소설 속의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주인공 전진철은 태어날 때부터 왼쪽 안구가 함몰된 채,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도벽충동으로 뒤틀린 성장기를 보내고 자신의 부모에 의해 미국에서 성장한다.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방화, 도벽, 섹스, 폭력의 충동이 끊임없이 그를 유혹하고 군중과 화살표에 대한 원인모를 증오가 그를 압박한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이러한 원인모를 증오가 전생에 자신이 군중을 바라보는 가운데 왼쪽 눈과 가슴에 화살을 맞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음을 알게 되어, 전생에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독침을 이용해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 가운데 이 땅의 네크로필리아들을 자극시킬, 소멸과 죽음의 예찬서인 초생성서를 쓰며 자신의 영혼을 파멸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과연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인간내면에 잠복하고 있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현실에서 표출되는 모습을 숙명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인생과 또 그와의 인연을 피할 수 없는 인간들의 실타래 얽힌 모습을 질타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인간들에게서 비롯되는 온갖 악행과 범죄가 만연하는 구원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과연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괴물’을 읽어가며 순간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 수 있겠구나, 그때에 과연 나는 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알지 못할 의문과 두려움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시대적인 아픔과 문제점을 특유의 신비로운 상상력과 통쾌한 농담으로 풀어헤친 ‘괴물’에 찬사를 보내며 과연 이 시대의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