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지은이 법정 | 펴낸곳 범우사 | 가격 6000원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여 시작하는 이 책은 길지 않지만, 숲에서 만나는 시원한 바람 같고 차가운 샘물 같은 책이다.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고 홀가분하게 살라는 잔잔한 권유가 마음을 파고든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무소유란 어쩌면 우리 일반인들이 흔히 자기만의 소유로 생각하고 있는 삶이나 그 의미들을 한번 다른 의미로 비춰보고 반성함으로써 얻어내는 진리인 것 같다.

그동안의 나의 삶은 남을 이겨야 했고, 더 많이 가져야 했다. 하지만 경찰시험에 합격한 후 6개월간의 신임 교육은 나에게 버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경찰이 되기 위해 나의 생각, 습관, 말투까지도 버려야 했다. 처음엔 왜 이래야만 하나 의문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난 이제껏 “버리는 것만이 얻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 올 때마다 그건 현실을 도외시하는 약간은 무책임한 발언 정도로 밖에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접한 이 책에서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그 소유의 역리가 진리임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고 한층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조여오는 부담감 같은 것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칠 수 있었다.

사람은 살지만 인간은 죽어가는, 돈과 욕심은 활개를 치지만 인정과 자비는 사라져가는 현실, 욕망은 있지만 꿈, 사랑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암울하거나 비관적이기보다는 희망적으로, 노래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유하지 않아 애써 지키려 들지 않고, 욕심이 적어 마음이 텅 비어 있음의 여유, 그래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충만함이 요즘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