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출혈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핀 며느리에 대한 얘기가 전해져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합덕읍 운산리 정화자(37)씨.
정씨는 뇌출혈로 쓰려진 시어머니 정순희(65)씨를 간병하며 생활하고 있다.
‘썩션(가래를 빼내는 일)’ 때문에 온종일 곁에서 시어머니를 지켰고 아파서 힘들 때도 시어머니를 병수발했다. 특히 자신이 감기에 걸렸을 때는 투병 중인 시어머니에게 옮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 됐다고 한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편한 날이 없다는 속담처럼 시어머니의 투병기간 동안 정씨와 가족들은 시련을 겪었고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시련을 겪으면서 몇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씨와 정씨 가족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병의 증조를 보고도 무심코 지나친 것’이었다. 정씨의 시어머니의 경우 쓰러지기 전 몇 차례 어지러움을 호소했다는 것. 시어머니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충분히 대처하지 못해 병이 깊어진 것 같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돈 문제가 가장 어렵더군요.”
시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이후 곧바로 찾아온 현실은 바로 의료비에 대한 문제였다. 빈약한 의료복지현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듯 몇 년에 걸친 시어머니의 투병생활은 경제적으로도 정씨를 압박해 왔다.
특히 한보가 부도나면서 남편의 사업에 먹구름이 끼자 그 어려움은 더했다. 수술비가 없어 퇴원하지 못한 채 병원눈치를 봤고, 학원에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집안형편을 설명하면서 다독거리기도 했다. 또 먹고 싶은 것에 쉽게 손이 가지 못할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다행히 지금은 시어머니의 건강, 가정형편 모두가 나아졌다고 한다.
이런 정씨를 지켜보는 주변에서는 자연히 ‘효부(孝婦)’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씨는 자신이 효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고 그러잖아요. 예전보다 어머니에게 좀 소홀해졌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듭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정씨는 마음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화자씨는 시어머니의 병수발이 힘들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집와서 바깥일(농사)도 하고 갖은 고생을 하며, 사랑하는 남편을 키워준 시어머니 정순희씨에 대한 연민이 생각보다 깊이 정화자씨의 마음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닥치면 누구나 겁이 날 거예요. 그래도 부모님이잖아요. 부모님이 못하는 것을 해드리는 것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잖아요.”
건강이 호전되는 것을 암시하는 시어머니의 변화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정화자씨는 남편이 많은 것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쉽게 지쳤을 것이라면서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김항룡 기자 hrkim@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