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지체1급 장애인
장애인들의 보금자리인 다솜공동체도 운영
“도움만 받는 ‘불쌍한 존재’가 아닙니다”
장애인올림픽. ‘패럴림픽(Paralympics)’이라고 불리며 매회 올림픽이 열린 곳에서 4년마다 한번씩 열린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사람들은 유승민의 스매싱과 문대성의 뒤돌려차기에 열광했고, 최선을 다한 여자핸드볼팀에게는 진심 어린 격려를 보냈지만 장애인올림픽이 열렸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왜 알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장애인 올림픽에 관심을 가질 리는 만무하다.
장애인들은 엄연히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자신의 의지와 뜻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없어져야 하며, 장애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능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며 장애인들을 단지 ‘불쌍한 존재’로만 보는 시선 또한 없어져야 한다.
사실 장애인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다. 무관심하기 때문에 잘 모르게 되고, 모르기 때문에 오해와 편견이 생긴다. 물질적인 도움도 좋지만 우선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먼저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패럴림픽’은 이같은 장애인들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1960년 척수장애인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처음 열렸고 매회 올림픽이 열린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정금종(39, 송악면 고대리 다솜공동체 원장)씨는 ‘패럴림픽’ 역도부문에서 1988년 이후 4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정금종씨는 지난 9월에 열렸던 제12회 아테네 ‘패럴림픽’ 대회에서는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3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 장애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하반신 마비의 ‘역사(力士)’
정금종씨는 3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지체 1급 장애인이다. 장애를 갖게 된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고향은 경기도이지만 소아마비에 걸린 5살 이후에는 줄곧 재활원에서 생활했다.
정씨는 14살 때 운동을 시작했다. 하반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운동도 제한되어 있다. 그가 택한 것은 역도.
장애인 올림픽의 역도는 누운 상태로 역기를 들어올리는 형태로 진행된다. 정씨의 원래 체급은 51kg이다. 이 체급에서 4연패를 달성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60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다. 생소한 체급인데다 한 달 전 일본대회에서 어깨부상을 입은 정씨는 이집트의 아브라함 샤반에 2.5kg 모자란 195kg에 그쳐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고 말았다.
대회전에는 5연패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던 정씨. 아쉽게 목표달성에 실패한 정씨는 “아직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며 다음 올림픽에서 최후의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극복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국내언론은 정씨를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으로 비추었다. 물론 정씨가 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 무대에 선 것이지만 정씨는 장애만 극복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오해를 극복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무관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한 것이다. 이제 그는 비장애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그다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사실 장애인들이 외부에 잘 나가지 않는 데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한 몫 한다. 마치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한 호기심 어린 시선들은 장애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나 정씨는 이제 그런 어려움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정씨라서 ‘면역’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면역이 됐다’는 표현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정 원장’으로 불리는 정금종씨
장애인 운동 선수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올림픽 4연패를 이룬 정금종씨는 그 기반을 바탕으로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있었다. 지체 장애인들의 보금자리인 ‘다솜공동체’가 바로 그것이다. 정씨는 처음 서울 거여동에서 시작한 다솜공동체를 당진의 고대리까지 확장했다. 정 원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당진에 다솜공동체가 세워질 수 있었던 데는 지역의 독지가인 이영철(송악면 고대리)씨의 도움이 컸다. 100여평이 넘는 땅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 정금종씨는 “장애인들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손길을 베푼 이영철씨에게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들을 ‘불쌍한 존재’, ‘도움이 필요한 불우이웃’ 정도로만 여긴다. 장애인들 역시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정금종씨는 달랐다. 그는 매우 적극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장애인들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겠다고 말한다. 당진에 몸담게 된 이상 지역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하고 있다. 컴퓨터실을 만들어 장애인들을 전문 컴퓨터 기술자로 만들고 또한 그 컴퓨터실을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장애인 재활을 위한 운동시설을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장애인들을 ‘장애를 가진 불우한 사람’이 아니라 ‘몸이 약간 불편한 이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정금종씨의 생각이 이뤄지려면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비장애인에 비해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능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똑같은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런 편견을 버릴 때 장애인들도 폐쇄적인 생활을 버리고 우리의 이웃으로 나설 수 있다.
다솜공동체란?
다솜공동체는 정금종씨와 패럴림픽 사격부문 4연패를 달성한 김임연씨가 만든 지체 장애인들의 보금자리다.
서울 거여동에서 시작된 김임연씨와 정금종씨, 그리고 정씨의 부인 최영숙(37)씨가 돌보고 있다. 지금은 서울과 일산, 당진에 공동체가 세워져 있고 약 50여명의 지체 장애인들이 머물고 있다.
다솜공동체는 정씨와 김임연씨가 올림픽 메달획득으로 매달 받는 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솜공동체는 아직 정식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곳은 아니라서 국가의 지원이나 자치단체의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금종씨가 받는 연금은 한달에 80여만원에 불과하다. 김임연씨의 연금을 합해도 운영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아직 홍보가 미흡해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도 그리 많지 않다.
정금종씨는 “자원봉사자들도 도와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면서 “언제든지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며 지역민들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위치 : 송악면 고대리 동부제강 삼거리에서
한진방향으로 4㎞ 가량 직진
-전화번호 : 355-7577
-통장번호 : 481114-52-074719(농협) , 예금주:정금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