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씨와 아이들이 여행갔을 때 찍은 사진. 경북 경주(위)와 애버랜드(아래).
▲ 정씨와 아이들이 여행갔을 때 찍은 사진. 경북 경주(위)와 애버랜드(아래).

“컴퓨터 게임을 더 좋아하게 된 아이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여행준비 중이랍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혼자 지내는 아이들도 많아지는 요즘 세상. 아이들도 매일 학교와 학원, 과외 등에 매진하느라 바쁘다. 가족들과의 단절. 직장에서 늦게 돌아오는 부모.

아이들의 방학은 조금이나마 부모와 자녀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간이다. 과거에는 방학을 맞아 여행을 하는 가족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방학마저도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바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진혁(40, 당진화력 근무)씨 가족은 다르다. 평소 여행을 즐겨하는 정씨와 부인 오세영(39)씨 덕분에 정씨 가족은 방학이 되면 여행을 다닌다. 두 아이 하영이(15, 남)와 혜주(12, 여)가 어렸을 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닌 이 가족은 유명한 곳은 모두 가 보았다고 자랑한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인천 스케이트장’

정씨 가족이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은 인천의 스케이트장이다. 2주 전에 정씨 가족은 스케이트장에서 오랜만의 휴가를 즐겼다. 매년 방학 때면 정씨 가족은 여유가 될 때마다 여행을 다녔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잘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스케이트장을 간 것이 올해 들어 처음이라고 한다.

스케이트장에서는 스케이트를 못 타는 오씨만 빼고 모두 재미있었다고 웃음짓는 정씨. 그동안 정씨 가족은 정동진은 물론 경주, 거제도 등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정씨가 가장 재밌게 놀았던 곳은 ‘스키장’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스키장이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아버지가 가자는 곳은 군소리없이 갔지만 이제는 ‘머리가 커서’ 웬만한 곳은 잘 안 가려고 한다고. 그러나 스키장만큼은 오히려 적극적일만큼 좋아한다. 올해 겨울에는 스키장을 가지 않아 아쉬운 정씨 가족이다.

여행을 가족간의 대화시간으로

정진혁씨는 여행을 가족간의 대화의 시간으로 만든다. 여행을 가는 길에는 정씨의 차를 이용해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씨는 가끔 부인 오씨에게 운전을 맡기고 자신은 뒷좌석에서 아이들과 놀거나 대화를 한다. 달리는 차안에는 가족들만 있게 되는 셈이므로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렇다고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부인 오씨는 “그동안 여행가서 ‘고생’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재미있었던 것밖에 생각이 안난다”고 말할 정도. 하영이도 “제주도에서 말을 탔던 기억이 난다”며 “흔들리는 말 위에서 흔들리는 몸을 가누었던 것이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씨 가족의 행복 비결은 ‘여유’

정씨 가족이 다른 가족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거나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씨는 ‘여유’를 갖고 살려고 노력한다. 생업에 바빠서 가족들을 볼 시간조차 없이 사는 것이 싫었다.

정씨가 말하는 ‘여유’는 ‘마음의 여유’다. 비록 적은 시간이나마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부인 오씨와도 마찬가지.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가 된 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정씨는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도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며 “잠시의 여유는 곧 삶의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 많이 변했더군요”

정진혁씨의 올해 목표는 주량을 줄이는 것이다. 전에는 술을 좋아해 일이 끝나고 ‘술 한잔’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그때가 되면 씻고 자기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

정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요즘 들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당진중학교 관악부원인 하영이가 이른바 ‘반항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사춘기에 들어선 혜주도 마찬가지.

정씨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자신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다. 대개 가족간의 단절은 이와 같은 대화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세대가 다르고 자라온 과정이 다른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많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밖에 없다.

정씨는 부인 오씨에게 맞벌이 이야기를 해 본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쓸쓸함이 아이들을 반겨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라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정의 따뜻함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날 것 같아 조만간 맞벌이를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별한 이벤트, ‘기차여행’ 준비중

전국을 돌아다닌 이 특별한 가족은 이젠 웬만한 여행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정씨와 오씨는 여행을 워낙 좋아해 상관없지만 ‘눈이 높아진’ 아이들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여행에는 잘 따라나서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컴퓨터게임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그래서 정씨는 조만간 자동차 여행 대신 기차여행을 계획중이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눈꽃기차여행과 같은. 기차 여행은 자동차 여행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같이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