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다행스러운지도 모른다. 무슨 뜬금없는 망각타령이냐고? 그대들은 기억하고 있는가? 2003년 12월5일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송모군이 어머니의 시신과 6개월 동안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던 송군의 어머니는 병원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해 우리 서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또한 지난 해 12월18일, 4살 된 김모군이 장롱 속에서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인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지만 결론은 아사로 밝혀져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만들었다. 아니, 세상에 굶어죽다니! 이 대명천지에!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일들이 이 뿐인가? 얼마 전에는 결식아동들에게 ‘건빵 반찬 도시락’을 배달한 사실이 밝혀져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우울한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서민들을 다시 한번 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실 도시락의 진원지인 제주시 서귀포의 바로 그 도시락이 우수 사례로 선정될 뻔 했다는 사실은 차라리 모르고 넘어가는 편이 낫겠다.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어디 그 뿐이랴? 이러한 와중에도 그 잘난 우리의 국회의원님들께서는 국회에서 농성을 하면서 얼마짜리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었는지 알고나 있는가?

미래 우리 사회의 동량들이 2500원짜리 ‘건빵 반찬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아야 마땅한 우리의 의원님들께서는 8000원~15,000원짜리 도시락을 먹고 있었을 줄이야. 하기는 그래야만 체력을 보강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겠지만... 8000원짜리 도시락 메뉴가 어떠한지는 서민들의 심장에 염장을 지르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에 생략하도록 한다. 더욱이 15,000원짜리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가? 아마도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해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국가사회적인 복지의 미흡함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보고자 함이다.

이제 우리들은 각자 자신의 주위를 좀 더 세심하게 둘러보고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 내 주위에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을 누가하겠는가?

어머니 시신과 6개월을 보낸 송모 군의 주위에는 마음이 따스한 사람들이 전혀 없었는가? 세상에 태어나 사회에 첫발을 제대로 내딛지도 못한 채 숨진 김 모 군의 주위에는 냉혈한들만이 살고 있어 아사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다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삶을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내 가족 바라보기 인생에서 이제는 남과 사회라는 울타리를 돌아보는 삶을 살도록 애써보자.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우리들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혹시라도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저런 사람들이 우리 곁에서 살고 있을 게 뭐야!’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즉시 그 집으로 발길을 향해보도록. 나의 가벼운 발걸음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들로 인해 내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바로 엊그제 어려운 학생 가정을 돌아본 후 답답한 심경을 달래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