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에 4일을 쉬지만 그 시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녀
INI스틸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오형섭(50, 석문면 초락도리)씨의 한달 일과는 빽빽하다. INI스틸에서 주말에 상관없이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일하고 대신 한달에 4일은 원하는 날짜에 쉴 수 있다.
힘든 일을 마치고 모두들 쉬는 그 시간에 오씨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나선다. 4일 중 매월 둘째주 화요일은 오씨가 속해있는 당진자원활동봉사회(회장 손영숙) 회원들과 같이 봉사활동에 나서고 셋째주 일요일은 오씨를 중심으로 직장동료들이 만든 INI스틸 이웃사랑나눔회원들과 같이 서림복지원이나 소망의 집을 간다. 나머지 이틀은 주변의 이웃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찾아다니며 돌본다.
평일도 마찬가지. 일을 마치고 집에 와도 집을 비우기 일쑤.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씨에게 직접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간다.
어려워도 꿋꿋하게 남을 도와
충북 보은이 고향인 오씨는 1980년대 초반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고향이 수몰돼 고향에서 나오게 됐다. 그 후 타지에서 살다가 당진으로 온 것이 지난 1990년이다. 지금 INI스틸 열연제강부에서 일하는 오씨는 95년 당시 한보철강에 입사한 후 남을 돕는 모임을 갖고 싶다는 의지로 직원들의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회사의 협조를 얻어 공고를 내고 모임을 만들었을 당시 모인 직원이 32명. 이때 유곡초등학교에서 창립행사를 가졌다. 10여년이 지난 일이건만 오씨는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웃사랑나눔회는 몇 년 뒤 한보철강 부도라는 태풍을 맞으며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직원들의 위치가 불안해지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웃사랑나눔회는 회원들이 매월 1만원씩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되는데 회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맞은 것.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오씨는 꿋꿋하게 활동해나갔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도왔다. 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관심마저 끊을 수는 없었다.
위기를 넘기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활동을 계속해왔다. 그러던 오씨에게도 희망이 찾아왔다. 지난해 한보철강이 INI스틸에 매각되고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된 것. INI스틸의 한보철강 인수는 당진군민 뿐만 아니라 오씨에게도 매우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오씨
오씨가 가는 길에는 항상 오씨의 부인 우윤순(46)씨가 함께 한다. 오씨가 집을 나설 때면 항상 우씨가 함께 가는데 우씨는 오씨와 함께 독거노인 목욕시키기, 집안청소 등을 한다.
쉬는 날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집을 비우기 일쑤인 두 부부 덕분에 힘든 사람들은 남은 가족들이다. 오씨의 어머니인 유임순(80)씨와 두 아들.
그래도 유씨는 며느리가 밖에 나갈 때면 항상 저녁을 준비해놓고 간다고 웃으며 말한다. 우씨도 “봉사활동도 좋지만 자신의 가정까지 팽개치고 활동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며 가정에도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도 두 부부는 집안을 자주 비울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이 고맙다.
돌보던 분들이 돌아가실 때 안타까워
오씨가 활동에 나선 지난 10여 년 동안 오씨가 돌보던 독거노인 몇 명이 세상을 떠났다. 우윤순씨는 처음에는 자신들을 적대시하던 분들이 반겨줄 때의 기쁨은 세상의 그 어떤 기쁜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인들이 자신들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부터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마구 신경질을 부리던 어느 할아버지가 자신을 반겨주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때 느끼던 안타까움과 슬픔이 짙게 묻어있는 우씨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활동입니다”
오씨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도움을 줌으로써 스스로가 기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씨 자신이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과 가진 것을 남을 위해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부는 자신의 힘이 닿는 한, 여유가 되는 한,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활동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오씨. 그의 생각을, 활동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더욱 살기좋은 곳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