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서해안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 주로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발전이 전개되면서 다소 소외되었던 서해안 지역이 최근 중국과의 교역 증가, 서해안 고속도로와 서해대교의 개통 등을 통해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 더욱 더 확대될 전망인 중국과의 교역을 생각해 보면 특히 과거에 당나라와의 교역을 위한 나루터였었다는 ‘당나루(당진, 唐津)의 지리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당진이 알려지지 않았던 적도 있으니, 한때 필자가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자리에서 당진이 고향이라고 소개하면 그 발음상의 유사성 때문인지 으레 전라도 강진이냐고 되물어 오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다. 혹여 당진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삽교천 방조제의 이야기만 아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한보철강 사건이 터지고 서해대교가 개통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당진이라는 지명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의 지면을 빌어 필자는 고향인 ‘당진’에 대한 자랑과 당진 사람으로서의 자각에 대하여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오늘날 ‘당진’하면 사람들은 우선 서해안 간척 사업을 통해 얻어진 드넓은 농경지에서 생산된 밥맛 좋기로 유명한 ‘당진 쌀’(전국 제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과 진달래꽃으로 빚은 몸에 좋은 ‘면천 두견주’, ‘송악감자’, ‘당진 꽈리고추’등을 떠올린다.

또한 2000년도에 전국적으로 치러졌던 “새천년 맞이 일출 행사”를 통해서 교로리의 왜목 마을도 널리 알려졌다. 일출을 볼 수 없는 서해안 지역에서 그 특이한 지형 덕분에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데다가 자연 풍광 또한 아름답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진이 어디에 위치한 지역인지 몰랐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양 최대의 위용을 자랑하는 서해대교를 통해서 ‘당진’을 찾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심훈의 소설 「상록수」이다. 소설가, 시인, 영화배우 등으로 폭넓게 활약했던 심훈(본명 심대섭)은 1901년 서울의 영등포구 노량진에서 태어났다. 1919년 경성 제일 고등 보통학교 재학 중인 18세의 나이에 3.

1운동에 참여한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약 4개월 정도 옥고를 치룬 뒤에 출옥 후에는 상하이로 망명길에 오른다. 그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다소 과격하기도 했으나 나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그 날이 오면」이라는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이 시는 일제의 검열에 걸려 광복 이후인 1949년에 출간되었다. 현재 당진군 읍내에 위치한 남산 체육공원 안에 있는 상록탑에 새겨져 있기도 하다.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 망명길에 올랐던 심훈은 1920년 중국 항저우(杭州)즈장(之江) 대학에 입학하여 문학을 공부하다가 1922년 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하여 신극 연구단체인 극문회(劇文會)를 조직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32년 시집 「그 날이 오면」이 일제의 검열에 걸려 출간되지 못하자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에 ‘필경사’라는 이름의 집을 짓고 낙향하게 된다. 그리하여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현상 공모에서 당선된 장편소설 「상록수」를 이곳에서 창작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당시 러시아에서 크나큰 개혁 바람을 일으켰던 브나로드 운동에 자극받아 우리나라에서도 붐이 일었던 농촌계몽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그 주인공인 ‘박동혁’과 ‘채영신’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훈이 이 소설을 집필하고 있던 무렵에 당진에서 청년들과 함께 농촌계몽운동을 벌이고 있던 그의 장조카 ‘심재영’과 경기도 수원 반월면 샘골마을에서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다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최용신’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 실제 모델들이다. 소설에서 낙후되어 있는 농촌을 계몽시키는 어려운 일에 투신한 동지로, 그리고 서로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는 인생의 동반자로 묶이어 수많은 고비를 함께 헤쳐 나가던 ‘박동혁’과 ‘채영신’.

그러나 농촌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영신이 젊은 나이에 죽게 되어 안타깝게도 둘은 서로 맺어지는 못하지만, 혼자서라도 영신의 몫까지 다하겠노라는 동혁의 의지로 결말을 맺으면서 소설은 끝난다. 소설 「상록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당진에서는 해마다 가을(10월 무렵)이 되면 ‘상록문화제’라는 지역문화축제를 개최하는 한편, “심훈문학상”을 제정하여 그의 뒤를 잇는 문학도 발굴을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이제 당진은 더 이상 서해안의 변두리 해안가가 아니다.

서해안 지역에서 중국과 제일 가깝게 뻗어 있는 곳이 바로 당진이 아니던가! 서해안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당나루’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상록수」의 ‘동혁’과 ‘영신’처럼 늘 푸르른 당진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언제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앞날을 준비했던 ‘동혁’과 ‘영신’처럼 현재라는 안정 속에 안주하지 말고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멈춤 없이 내딛어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가 「상록수」의 후예요, 서해안시대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