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씨 가족. 왼쪽 뒷줄부터 맏며느리 박정선씨, 첫째 김정호씨, 둘째 김민호씨, 셋째 김태호씨, 김현덕씨, 막내 김문호씨, 막내며느리 노인옥씨. 앞줄 왼쪽부터 셋째며느리 이지선씨, 유제문씨, 김문숙씨, 김기옥씨, 둘째 며느리 윤지영씨.
▲ 김기옥씨 가족. 왼쪽 뒷줄부터 맏며느리 박정선씨, 첫째 김정호씨, 둘째 김민호씨, 셋째 김태호씨, 김현덕씨, 막내 김문호씨, 막내며느리 노인옥씨. 앞줄 왼쪽부터 셋째며느리 이지선씨, 유제문씨, 김문숙씨, 김기옥씨, 둘째 며느리 윤지영씨.

한달에 한 두번씩 꼭 모여 정담 나눠

‘뜻깊은 스승의 날’. 매년 5월15일이 가까워오면 교사들 책상에는 각종 선물이 수북하게 쌓이던 때가 있었다. 꽃은 기본, 마음을 담은 편지에 때로는 슬그머니 촌지(?)가 섞여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와 같은 풍경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도 변한 것일까. 그렇다 해도 교사와 학생 사이의 정마저 없어진 것인가. 요즘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고 비판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참된 스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것이 좋아 교단에 투신한 사람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기도 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사를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통된 것은 교사가 된 후 이 교사들은 한결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김현덕(31)-김문숙(31)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한 가족에 교사만 일곱 명

원당주공아파트에 사는 김기옥(64)씨는 다섯 남매를 두었다. 면천출신인 김씨는 자녀들과 함께 당진읍 무수동(현 문예회관 부근)에서 살았다.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이 가족은 ‘스승의 날’이 가장 의미있는 가족이다. 전국 각지에서 교편을 쥐고 있는 사람만 일곱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첫째 김정호(38)씨와 셋째 김태호(34), 넷째 김문숙(31)씨가 모두 교사이면서 배우자도 모두 교사를 선택했다. 거기에 막내 김문호(31)씨가 교사와 결혼해 모두 일곱이 된 것.

이중 현재 당진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김문숙씨와 남편 김현덕씨(31) 뿐이다. 문숙씨는 현재 계성초등학교에서, 현덕씨는 당진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

다른 형제들은 모두 외지에 있는 터라 만나지 못하고 당진에 살고 있는 문숙씨와 그녀의 남편 김현덕씨를 만났다.

둘째를 가진 만삭의 몸으로 인터뷰에 응한 문숙씨. 결혼한 지 3년째인 이 부부는 당진초등학교에서 같이 일하면서 만나게 됐다. 선배 교사의 소개로 연결된 이 부부는 대부분 외지에 나가있는 가족들을 대신해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교사의 길을 택한 이유요? 음... 아무래도 부모님 영향이 컸죠. 특히 어머님(유제문, 64)이 많이 원하셨죠.”

부모님의 뜻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어려웠을 가정 형편이 이들의 진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어렵게 살았던 시절에 자식을 다섯이나 낳아서 모두 대학에 보내기가 오죽 어려웠겠는가. 특히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첫째 정호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주변인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둘째인 민호씨와 막내 문호씨는 교사를 택하지 않았다. 어머니 유제문씨는 그것이 못내 아쉬운 듯 “두 아들이 말 안 듣고 딴데 갔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우애깊은 형제, 한달에 한두번씩 만나

남달리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는 이들 가족은 한달에 최소한 한번 이상은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묻곤 한다. 다들 전국 각지에 떨어져 있는지라 만나기 쉽지 않을 법하지만 이들은 빠지지 않고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가족들이 당진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서울에서 만나기도 한다.

교사가 일곱이다 보니 나오는 것은 교육 이야기다.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가 어쨌다는 둥, 누가 공부를 잘한다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교육현안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는 토론장이 된다. 또한 각지에 퍼져 있기 때문에 지역끼리 비교해보면서 평가하기도 하고 정보교환도 이뤄진다.

그래도 문숙씨는 막내라서 좋은 점도 있다. 오빠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서 어려운 것은 물어보고, 조언도 구할 수 있는 상대가 많기 때문. 또한 같은 길을 가는 사람과 평생 같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듯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문숙씨와 현덕씨는 교사 생활에 접어든지 여러해 처음 발령받아 교단에 섰을 때와 지금 교단에 설 때가 별차이 없다고 말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진심을 가지고 대하는 선생님이다. 소외된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이 진정한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년간의 교사 생활동안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면 스승이 될 수 없다는 것. 현덕씨는 학기초에 가정조사에서 부모가 모두 있다고 답하는 아이들 중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그 중 한부모가정이나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은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과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고.

이처럼 아이들에게 관심과 열의를 갖고 대하는 것이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잘못된 교사들만 보고 모든 교사들이 그런 것처럼 매도당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자신들은 많이 부족하지만 정말 훌륭한 교사들도 많다고. 자신들의 소망은 변함없이 ‘좋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