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우 비용처리 방법 없어 공장입주 포기하기도
토지투기지역 지정 이후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속칭 ‘다운계약서’ 거래가 막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일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ㅅ스틸의 김모 대표이사는 특수 자동차 제조공장 건설에 필요한 공장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당진을 찾았다. 김 이사는 지인들을 통해 몇 군데 쓸만한 땅을 소개받고 곧바로 가격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토지주는 매매가를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다운계약서(매매가를 실제보다 낮게 매기는 이중계약서)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법인 차원에서 업무용 토지를 매입하려는 것이어서 계약서에 표시된 금액을 초과해 지출할 경우 비용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김 이사는 당진에서 공장용지를 구입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인천으로 돌아갔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김 이사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역시 인천에 본사를 둔 ㄱ목재의 정모 대표이사도 지구단위 사업을 위해 당진을 찾았으나 토지주의 다운계약서 요구로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100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예상됐던 사업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지난해 8월 당진군이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양도소득세가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되자 일부 토지주들과 부동산업자들이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운계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부 해변가의 토지에만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내륙 쪽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다운계약서는 세금포탈과 함께 음성적 거래를 부추겨 토지투기지역 지정의 효과를 무력화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폐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입지보조금과 고용 및 교육훈련보조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당진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다운계약서로 인해 공장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다운계약서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지난 2월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됨에 따라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막판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이 아닌 법인의 경우 다운계약서를 쓰게 되면 초과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상당수 수도권 업체들이 이 같은 이유로 계약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