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당진지회 사무국장

우리 학교 교무실에는 작은 자판기가 있다. 버튼을 꾹 눌러주면 ‘찰칵’소리와 함께 종이컵이 내려오고 징~ 소리와 함께 커피와 물이 함께 내려온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컵을 들어 진한 커피향을 코로 들이키며 한 모금 마시는 거다. 참 빠르고, 편한거다. 게다가 적당하게 사람들의 입맛에 맞으니 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요즘 학교 현장을 보고 있으면 우리 교사더러 자판기가 되라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한다.

교육이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처럼 바로 맛을 보고 품평을 할 수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 아닐까. 물론 바로바로 평가될 수 없다는 조건 뒤에 숨어 느슨한 모습을 가졌던 우리 교사의 자기반성으로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데도 분명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열심히 교육에 매진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것은 한마디 없이 수업 한 두번으로 평가를 한다는 그 발상이 너무도 졸렬한 것이 아닐까? 교사의 업무효율을 높인다며 진행된 NEIS나 전자문서의 도입으로 교사가 더 많은 문서와 씨름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는지?

작년 일년 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해야 한다며 EBS 시청이다, 보충수업이다 정신없이 학교를 몰아세우더니, 올해는 학력 신장이란다. 모든 교사는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란다. 그리고 몇 달. 갑자기 터져 나온 일진회 사태에 이번에는 학교폭력을 없애야 한다고 정신없이 공문이다. 또 고등학교 1학년들의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인권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생활규정을 모두 뜯어 고치란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교육부와 교육청의 높은 님네들은 문서하나 틱 던져놓으면 그만이지만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학교 교실에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평가를 받지 말자는 말이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니다. 만약 평가를 한다면 학교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학교에 대해 평가를 해서 급식에 문제가 있으면 급식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학교 설비가 부족하면 설비를 지원하고, 학생들의 통학이 어려우면 통학버스를 만들고, 교장의 학교경영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묻고, 교사의 자질이나 수업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 교사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나누어 보다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평가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언론을 보면 마치 정부에서 교육에 대한 개혁을 하려고 하는데, 기득권을 가진 교사들이 이를 거부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이러한 생각을 갖는 독자가 있다면 묻고 싶다. 이번 평가처럼 교육문제의 모든 것이 교사의 자질 부족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치환되는 평가를 어떤 교사가 동의하겠는가?

만약 합리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교사들은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평가를 바라는 것이 교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