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의 위기라고 말한다. 농사짓기가 힘들단다.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수확할 즈음이 되면 제값은 커녕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농업인들의 소식을 듣기란 어려운 일이 아닌지 오래다. 이와 같은 농촌의 현실 속에서 ‘농민들이 단합해서 신나게 농사짓는 것이 꿈’이라는 서정만(57)·임봉이(53, 정미면 산성리)씨 부부를 만나봤다.
미국으로 배즙 수출하는 부부
서정만·임봉이씨 부부를 소개하자면 먼저 ‘배즙’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부부는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FDA)으로부터 ‘공장시설 인증’을 받은 뒤 2003년 7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즙을 수출하며 동종업종 농가들로부터 부러움의 시선과 함께 비교적 높은 소득도 올리고 있다.
서씨 부부가 이처럼 ‘배즙’을 짜서 미국으로 수출하게 된 동기는 바로 ‘가격’ 때문이었다. 친환경적인 환경에서 배를 생산하는 것에서부터 배 즙 생산 과정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허가를 냈지만 국내에서는 제값을 받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과수원 마다 허가를 내지 않고 배즙을 생산하다보니 시중에 나오는 배즙보다 1.5배 가량 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했던 것이 바로 미국행이었다.
“미국까지 가기로 한데는 용기가 필요했어요. 처음에는 농업관계자들 마저도 부정적이었습니다. 체류비용이 많이 드는데 왜 가려고 하냐며 만류했죠.”
하지만 서씨 부부는 충청남도의 지원과 미국 현지에 있는 처갓집 식구들의 도움으로 ‘두레 배즙의 미국수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3년 동안 배즙을 미국에 수출하는 동안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씨 부부에게도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현지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바이어들로부터 문의도 많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물량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서 부딪쳐 보니까 길도 많고, 뚫을 수 있는 틈새시장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농민들이 단합이 되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바이어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죠. 지금이라도 농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뭉쳐야 합니다.”
“부딪쳐보니 안되는 일 없대요”
배즙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서씨부부. 이런 서씨 부부에게서 배즙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자신들이 만든 생산품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배즙 생산에 있어서는 참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 미국으로 수출한다니 영어회화도 꽤 잘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서씨 부부는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영어요? 전혀 못해요. 그렇지만 수출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계약서는 충남도에서 도와줬고, 바이어들이 한국말을 잘해서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급할 때는 염치불문하고 통역을 부탁하기도 했지만(웃음)”
그러나 배즙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두꺼운 파일첩에 꽂혀 있는 수많은 증빙서류들이 그 힘겨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또 수출 길을 모색하기 위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을 때 그 암담함도 서씨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그랬어요. 농사짓던 사람이 낯선 이국땅에서 판매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막막했죠. 그러나 부딪쳐보니 안되는 것은 없었어요.”
농민들이 단합해서 신나게 농사짓는 것이 꿈
미국 수출에 성공했고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서씨 부부에게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충남테크노파크 그리고 대학교수들과 호박즙, 포도즙 생산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배즙 생산 시스템을 자동화해야 하는 과제도 이들에게 주어졌다. 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배즙의 원료가 되는 친환경 배를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한다.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에 값싼 일반 배 사용에 대한 유혹도 느꼈다는 서정만씨. 그러나 그는 끝까지 친환경 배를 고집했고, 이는 곧 차별화로 이어졌다. 올해로 벌써 수출 3년째 접어들었지만 이들의 소원은 다름 아닌 ‘농민들이 단합해 신나게 농사짓는 것’이란다.
대화가 끝날 무렵 서씨 부부의 이메일에는 주문서 한 장이 도착해 있었다. 영문으로 된 주소들이 한 장에 걸쳐 적혀 있었는데 영어를 전혀 모르는 서씨부부지만 이제는 배즙을 보내는 일에 매우 익숙해 있었다.
[두레배즙이란?]
서씨 부부가 수출하는 두레배즙의 특징은 배 즙의 원료가 되는 배를 친환경적인 환경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또 물이나 설탕 방부제 등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배, 은행, 도라지, 생강, 대추를 6시간에 걸쳐 짜내기 때문에 기침이나 천식환자, 기관지염 환자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뇨작용과 열을 내리게 하는데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레배즙이라는 이름은 딸 서주연(27, 회사원)씨가 지은 이름으로 어감이 좋고 협동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이름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구입문의:두레배농원(352-6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