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연씨와 부인 안갑근씨.
▲ 이희연씨와 부인 안갑근씨.

“그래도 애들 대학 가르쳤으니 그것으로 족하죠”

“땅만 일구며 평생 근근히 살아 왔는데 부동산 열풍이다 뭐다 해서 하루 아침에 돈벼락 맞았다는 사람들 얘기 들을 땐 위화감 느끼죠. 정부의 농정은 농민들을 대접해 주지 않고 조금만 농산물 값이 올라도 매스컴에선 난리치고....”

농민들에겐 답답한 현실이다. 4년 전 폭설이 내려 정부 돈 받아 지은 시설하우스가 몽땅 주저 앉았을 땐 그도 함께 주저 앉으려고 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그 악몽에서 깨어 잡초처럼, 들풀처럼  꿋꿋하게 살아온 그는 의지의 농사꾼이다.

신평면 금천리 이희연(55)씨. 주위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틀림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소신이 곧고 행동이 곧다. 과장할 줄 모르나 그렇다고 소심한 것도 아니다. 주장할 땐 하고 물러설 땐 물러선다. 무엇보다 농사일 30년동안 제대로 아내와 나들이 한번 못가 본 ‘한심한 신세’지만 ‘남들한테 대접 못 받아서 그렇지 농사는 매력 있는 일’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타고난 농사꾼이다.

그는 방울토마토 시설재배로 유명한 신평면 금천리에서 5백여평의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감자 등 밭작물도 조금 짓고 7천평의 논을 경작하기도 한다.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토마토 정식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1년 열두 달 쉴 새가 없다. 2월에 첫 정식을 해서 7월까지 수확을 하고 8월에 또 정식을 해서 이듬해 1월까지 수확을 한다. 그래서 모내기철엔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모도 심어야 하고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는 토마토도 따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그는 액비대신 한약재를 사다가 다려서 관주해 준다. 손은 더 가지만 병해충예방과 토양오염을 방지하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에 보람도 크다. 물론 해충이 없어져 농약값이 15% 정도 절감되는 등 잇점도 있다.

“요즘 세태가 친환경농업을 요구하니까요. 그게 바른 길인 것도 같구요.”

한눈 팔지 않고 바른길만을 찾으려 했던 농사인생이지만 그에겐 아직도 바른길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선택이 있다. 바로 2001년도 난데없는 폭설로 하우스 전체가 무너져 내려 1억여원 가까이 피해를 봐야 했을때 농사를 접으려다가 며칠 고심끝에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의 선택이다. 포기하려던 그를 붙잡아 세운 건 아내 안갑근(53)씨였다. 하우스일이 남자보다 여자를 더 고달프게 하건만 아내는 며칠을 졸라 폐허가 된 땅위에 다시 하우스를 짓도록 했다.

“여자들 욕심이 대단합니다.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힘든 일인데 다른집 하우스 다시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기왕 시작한 일인데 끝을 봐야 한다고 팔 걷어부치더군요.”

그게 어디 욕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강한 생활력이자 농사꾼 아내의 근성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아무튼 그는 다시 일어섰고 현재 토마토 재배로만 연간 4~5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물론 거기에 들인 노력과 시간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소득은 소득이라고 볼 수도 없다. 1년 내내 당일치기 말고는 제대로 바람 쐬러 나가지도 못하는 생활이 소득이 아무리 높은들 보상받을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걸로 아이들 대학 가르쳤으니 그만하면 됐지요. 당장 힘들어 내년엔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통장에 돈 들어오는 것 보면 재미있어 또 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30년 세월을  하루같이 살아온 인생이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선택한 환경농업이 자리를 잡고 판로 걱정없이 농사를 짓게되는  때가 그가 비로소 자신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믿게 될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