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한 친구가 쥐어준 비아그라 몇 알을 만지작거리며 과연 이래야 하나 하는 자괴감을 맛보고 있다.

이런 인생을 꿈꾼 게 아닌데 나에게도 어느 날부터 중년의 증상들이 밀려오고 있다.

일주일만 지나면 백발이 되는 염색이 얼마나 귀찮은지 모른다.

물들인다고 청춘을 회복하는 게 아닌데 보름마다 한 번씩 그 진한액체를 바를 때마다 느끼한 기분을 맛보고 있다.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져 손등에 열심히 적어보지만 자주 잊는다.

열심히 읽은 책을 덮자마자 제목도 생각 안나는 황당함에 허무해지기도 한다.

바지 지퍼 열고 거리를 활주하기도 하고, 짝짝이 양말을 신고 나서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 됐다.

출근길에 휴대전화를 두고나와 집으로 되돌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국출장길에 혁대도 안매고 나가 면세점에서 비싼 발리혁대를 사매야 했던 기억도 있다.

나이 오십이 이런 거라면 육십은 어떤 것일까 두려움도 있다.

아직은 까마득한 일이지만 틀림없이 오십을 먹듯 육십도 먹을텐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휴일도 없이 일하고,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일에 도전해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으며,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려고 기회만 되면 보따리를 싸들고 나가보고 있다.

나이라는 물리적 변화가 힘에 겹기도 하고, 무식이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이대로 살다 죽고 싶지는 않아 문명의 꼭대기를 오르는 것이다.

나는 희망 벅찬 꿈을 꾸어왔고, 기대이상의 결실을 거두며 정말 잘 살고 있다.

과연 이렇게 잘살아도 될까 할 정도로 풍요를 누리고 있다.

물질의 풍요는 물론 정신적 충만까지.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기 위해 오늘도 숨가쁜 전쟁 치르듯 긴장하고, 고단한 날들을 이어가고 있다.

이젠 낭만도 사치이고, 여유는 죄가 되다시피 한 그런 세상이라고 한다.

나름의 부를 축적했지만 미래가 불안하고, 작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언제 그 기반이 무너질지 모르는 변화무쌍 속에서 혼돈하고 있다.

나는 이 시간도 손에 땀을 쥐며 하루하루 거센 변혁의 물결과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