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왔습니다. 당진에 터를 잡은지가 이제 7개월여가 되어갑니다.

당진시대를 늘 접하면서도 아직 당진사람이라고 하기는 쑥스러워서 그간 좋은 글들 많이 읽기만 했습니다.

몇십년을 논을 바라보면서 못느끼던 감정을 느꼈습니다.

몇자 적어봅니다.

제가 자리잡은 이곳은 이전에 보덕포라고 불리던 곳이고 지금은 보덕사라는 절이 그 이름 흔적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에 바다를 메꾼 이곳은 이제 넓은 평야가 되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이 들판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쳐다보면서 지내왔습니다.

저 벼가 언제나 익어서 쌀이 될까 했던것이 이제는 참 보기만도 넉넉해졌습니다.

다행히 이 쪽은 큰 태풍이나 비피해가 없었지만 지난 장마때 몇 번 폭우가 있어 제 논은 아니지만 가슴 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늘 앞 들판을 바라보면서 지내다보니 논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은 달라져 있습니다.

그동안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벼 익어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면 좀 우스운가요?

농부 발자국소리 듣고 자란다는 벼.

참 부지런한 농부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 제가 자리잡은 보덕포 누런 들에는 참 부지런한 농부가 많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수만평 되는 앞 벌판이 황금으로 변할 것입니다.

진짜 황금을 수확한 것 같은 기쁨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도시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추석에 꼭 확인하십시오.

들판을 마주 보고 딱 1분만.

벼가 익어가는 모습은 생각보다 참 대단합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장관도 없습니다.

하지만 쌀개방이 본격화되면 이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질 지도 모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특용작물을 키워야 한다면서 쌀개방의 논리를 정당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논은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터이기 이전에 우리 영토에 빗물을 저장하고 또 그 물을 정화하는 훌륭한 시설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콘크리트 시설물보다 완성도 높은 사회자본일 수도 있습니다.

또 식량이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쌀은 중요한 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벼는 농사의 시작이고 근본입니다.

오랫동안 제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황금벌판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추석에도 들판에서 일하시는 농부님네들 보시면 잘 모르는 분이라도 ‘수고하십니다’ 한번 외쳐주십시오.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좋은 명절 되십시오.

※이 글은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