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이 심은 코스모스꽃길의 모습과 관리기관에서 제거한 뒤의 모습. 통보조차 없이 이뤄져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 주민들이 심은 코스모스꽃길의 모습과 관리기관에서 제거한 뒤의 모습. 통보조차 없이 이뤄져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들 “통보라도 했다면 덜 서운했을 것”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주민들이 땀 흘려 심고 가꿔왔던 코스모스 등 도로변 꽃길이 도로관리 기관에 의해 제거돼 해당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석문면 교로리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9월초 지방도 615호선(삼봉~도비도)내에 있는 교로리 구간에 주민들이 심었던 코스모스 꽃길 약 2.5㎞(교로리 주민 추정)가 별다른 통보없이 제거됐으며 3년째 가꿔온 매리골드꽃밭도 함께 제거됐다.

정성들여 가꿔온 꽃길이 한순간에 제거되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또 일부 주민들은 군과 면에서 심을 것을 권장해 놓고 정작 꽃이 절정에 이를 무렵 제거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교로2리 장미자(48) 부녀회장은 “심고 가꾼 꽃길은 부녀회원들이 폐품을 수집해 조금씩 모은 돈으로 중장비까지 동원해 정성들여 조성한 것으로 조성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며 “무슨 영문으로 아무런 통보도 없이 꽃길을 제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더위에 나와 작업을 했는데 꽃길이 제거된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로3리 조성복 새마을지도자는 “뜨거운 날씨에 연일 20~30명씩 동원해 심으라고 해 놓고서 밀어버리면 서운하지 않겠는가”라며 “바쁜 사람 불러서 일 시켜놓고 꽃 필 때 베어 버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성종합건설사업소, “당진경찰서 요청으로 정비”

이들 꽃길을 제거한 기관은 ‘충청남도 종합건설사업소 홍성지소(이하 홍성종건소)’이다.

홍성종건소의 최본희씨는 “당진경찰서로부터 협조공문이 와서 꽃길을 제거하게 됐다”며 “해당지역에 대해 당진군과 경찰서, 홍성종건소가 합동조사를 벌여 제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진군이 교통사고 증가율 1위를 기록하고 보행자 사고가 늘면서 갓길에 대한 정비가 필요해지자 당진경찰서에서 홍성종건소에 요청해 도로관리규정상 위배되는 사안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도로관리 및 가로수 관리 규정상 도로 흰색실선과의 거리가 1.5m 확보돼야 하고 도로 쪽 가드레일 안에는 가로수나 꽃길을 조성할 수 없다. 또 도로보다 흙이 높은 부분은 배수처리가 안돼 도로에 물이 고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 특히 코스모스의 경우 키가 커서 커브길에서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등 위험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꽃길 제거기준 모호하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심어진 코스모스는 읍·면에서 보급한 신품종으로 키가 그다지 크지 않는 품종이라는 점이다. 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굴곡에는 코스모스를 심지 않았고 꽃길이 교통사고 위험을 초래한다면 해당 마을주민이 앞서서 제거했을 것이라는 것. 또 제거한 꽃길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준에 의해서 베어진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정성들여 고생해서 가꾼 꽃길인 만큼 적어도 마을 대표에는 통보해 완전히 미는 것이 아니라 보다 합당을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로변 정비 계속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로변 정비가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홍성종건소의 최본희씨는 “당진군의 경우 관리규정위반 정도가 타 시·군에 비해 더 심하다”며 “석문지역만 민 것이 아니라 송산지역에서도 밀다가 추석 명절을 맞아 잠시 중단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종 사고발생시 사고처리를 하는 보험회사들이 잘못된 도로구조에 의한 사고라면서 도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도로관리 규정 무시한 채 꽃길 조성 독려한 당진군

이러한 가운데 주목할 점은 홍성종건소나 당진경찰서에서 언급하는 도로관리 및 가로수 관리 규정대로라면 군내 도로주변의 꽃길 대부분은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도들이 충분한 너비의 갓길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1.5m의 거리를 두고 꽃길을 조성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또 군내 12개 읍·면 대부분이 이러한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채 꽃길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 같은 관리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진군과 해당 읍면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히려 꽃길 조성을 독려하기만 해 동원된 주민들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공산이 커 주민들의 추가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관계기관들의 엇박자로 주민들만 ‘헛수고’

홍성종건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사태를 우려해 도로불법점용(도로변 꽃길도 해당)이나 도로연결허가 그리고 가로수 식재 등에 대해 당진군 및 읍·면 관계자 대상 교육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지 한달이 넘었는데 당진군은 이에 대해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또 당진경찰서 관계자와 국도유지관리사무소 관계자, 홍성종건소 관계자, 당진군청 관계자들이 합동으로 지역을 순회하면 조사를 하고 꽃길 제거지역을 선정했으면서도 해당주민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더 사고 있다.

교로리의 한 주민은 “정말 그것(꽃길)들로 인해 위험을 초래한다면 당연히 없애야 하지만 뙤악볕 속에 힘들게 작업한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꽃길을 없앤다고 마을대표 한사람에게는 얘기해줄 수 있는 것아니냐”며 “주민들을 우롱한 처사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에 대한 정비를 홍성종건소에 요청했던 당진경찰서 교통지도계의 담당자는 “관내 교통사고가 계속해서 늘고 있어 보행자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갓길이 좁아 주민들이 실선 안으로 보행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해 정비를 요청하게 됐다”며 “주민들의 허탈함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해당 주민들에게 통보라도 할 수 있게끔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