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 출마가 예정된 정치인들의 기부행위가 선거법에 따라 전면 금지돼 각 학교 운동회가 어느해보다 조촐하게 치러지고 있다. 지난주까지 운동회를 마친 각급 학교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들이나 내년 지방선거와 조합장 선거등에 출마가 예정된 인사들로부터 찬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아예 초청장도 내지 않은 학교가 있는가 하면 일부 학교는 내빈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들은 연초 수립된 운동회 예산 범위내에서 학생들의 선물을 마련하고 식사 등의 비용은 운영위원회나 자모회 등의 협조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회 예산이 적은 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돌아갈 선물의 규모를 줄이는 등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운동회 예산이 100여만원에 불과해 그동안 찬조로 행사비를 충당해 왔으나 올핸 할 수가 없어 교사들에게 체육복도 사 주지 못했다”며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선물도 줄이는 등 어렵게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학교도 학교지만 운동회 물품구입이 크게 줄어 지역경제에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조합장 선거등에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선거법을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행사장을 다니고 있다. 군의원 출마예정자인 한 인사는 “학교에서 아예 초청이 오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며 “선관위에서 계속 주의하라고 하는데 모교행사에 찬조하는 등의 관행적으로 해온 일들까지 못하게 돼 답답하고 행사 관계자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합장 출마예정자인 한 인사는 “일반인 신분이었을 때는 5만원, 3만원씩 찬조를 했으나 지금은 한푼도 못해 행사장에서 점심을 얻어먹기도 미안하다”며 “학교의 경우 운영위원회나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사람 명의로 찬조를 하거나 물품을 내는 등 편법 기부행위를 하는 사례도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얼마전 가정에 경조사가 있었다는 한 후보는 “주위에서 부조가 많이 들어왔는데 나는 할 수가 없게돼 결과적으로 남의 돈을 떼어먹게 생겼다”며 인간적인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찬조금 모금이 줄면서 행사의 의미를 오히려 살리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초청장을 내지 않고 교육가족들만의 오붓한 행사로 치렀다”며 “교사들도 따로 나가서 식사를 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싸 온 김밥을 얻어 먹으면서 함께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운동회의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