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답없는 세상, 소신껏 살라하네
먼 길을 한참 걸어왔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면 난 내 걸음 위에 낯설게 서서 어느 저녁을 맞고 있을 때가 많다. 내가 옮기며 찍은 나의 발자국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날은 틀림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려워 허기지며 힘든 하루를 보낸 날인 것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특히 나처럼 소심하고 사람 대하는 데 서툰 사람은 어떤 만남이든 그 끝의 뒷맛은 냉철한 자기비판으로 씁쓸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대부분 왠지 만나면 부담스러워서 기피되는 사람보다는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나 어딘지 부족하고 채워지지가 않아서 나의 약점을 보여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편안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기 자신에 힘들어하는 것이다.
「공중그네」의 ‘이라부 박사’ 같은 사람이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이 소설에는 다섯 명의 정신병 환자가 ‘이라부 박사’를 찾아와 상담을 한다.
그런데 ‘이라부 박사’의 치료법은 매우 독특하다 못해 괴상하다. 야쿠자를 본인의 거구로 눌러서 억지로 주사를 놓고, 프로 입단한지 10년 된 3루수에게 야구에 대해 설명하며 아는 척을 하는가 하며 여류작가에게 자신도 작가가 되게 해달라고 매달리며 글을 쓰기도 한다. 또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의사에게 평소 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지위나 위치 때문에 하지 못한 일들을 직접 하도록 충동질하여 함께 일탈행동을 하며 좋아하고, 서커스 입단 10년 되고 7년 동안 공중그네를 탄 플레이어에게 자신이 직접 공중그네를 선보이다 떨어지기도 한다. 천성적으로 겁이 없고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환자들의 직업에 직접 뛰어들어 환자의 일을 해보기도 하며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본 환자들은 대부분 어이없어하며 이상한 의사로 여기지만 어느 순간 그의 천진하고 악의 없으며 호기심이 가득한 행동에 경계심을 풀고 행동을 지켜보다가 결국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하여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니 이를 스스로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우린 살면서 어떤 형식에 또는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자신을 맞추다가 옥죄어 숨막힐 듯한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이런 현대인에게 ‘이라부 박사’는 ‘이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건 기득권이야. 저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 하고 말하여 틀에 맞추려고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여 남들이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만드라는 말을 한다. 이는 진정 우리 같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지금도 어디선가 ‘이라부 박사’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세상이니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살아가라고, 또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고 산다면 더 아름다운 생을 꾸릴 수 있다고 충고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