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마음뿐인 자식과 간절한 어머니의 대화

우리가 매일 걷는 길도 우리들의 감정과 생각에 따라 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걸을 때의 느낌, 나의 부모님과 걸을 때의 느낌, 내 사랑하는 자식과 걸을 때의 느낌, 누구와 걷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겠지요.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는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작년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하얀 눈을 실컷 밟아 본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위를 걸으며 발자국도 남겨 보았습니다. 마음의 고향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또한 <눈길>의 어머님과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청준님의 <눈길>을 읽으면서 또 한번 어머님의 애절한 사랑을 느껴 봅니다.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의 마음을 다 열어 보이지 못합니다. 간절한 소망을 속시원히 열어 놓지 못하며 빙빙 돌려서 이야기해야만 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 버리는 아들의 마음이나, 자식의 마음을 훤히 알고 있으면서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 생각하시는 어머님. 당신의 간절한 소망을 자신의 실없는 노망기 탓으로 감추는 어머님의 마음이나, 이 모두가 현대를 사는 우리 부모님 마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쓸쓸했습니다. 서글펐습니다.

나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나의 부모님도 똑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식들 앞에 당당해야 할 부모님들이 왜 그리도 자식들 앞에서는 나약하고 당당하지 못하신지요. 당신들의 마음을 숨기시면서 자식들 염려로 노심 초사 하시는 우리 부모님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자식들이지만 언제나 마음과 뜻이 현실에 부딪치고 힘들 때면 ‘부모님께 잘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늘 마음뿐입니다. 그 사실이 더더욱 마음을 무겁고 아프게 합니다.

친구들에겐 하루에 한번 전화를 걸어도 나의 부모님에겐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제대로 걸지 못하는 못난 자식 마음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전화하셔서 ‘잘들 지내니, 별일 없고,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 별일 없으면 됐다. 전화 요금 나오니 끊어라’하시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요?

때로는 원망하고 푸념하고 아예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진 않았나요?

자식들에게 부담되지 않으려 하고 싶은 말씀을 다 하지 못하고 억누르시는 부모님들의 얼굴에는 늘 간절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루지 못했던 소망도 당신들의 덕없는 탓으로 돌려야 하는 마음이 곧 이 세상을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들의 아픈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생각과 행동이 같지 않아서 항상 안타까움으로 맘이 무겁습니다.

조금 있으면 고향을 찾게 될텐데 값비싼 선물은 아니어도 부모님들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활짝 웃으시는 부모님들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청준님의 「눈길」은 ‘어머니’를 주제로 다룬 다섯편의 소설과 두편의 산문을 엮은 책이다. 작가와 작가의 어머니, 아내와 겪었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쓴 그의 대표작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