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판공비의 80%가 시정협조 차원내지 접대용 선심성 용도

대부분의 자치단체장 판공비 내역 공개 ‘시늉만’

지난 11월말, 심대평 충남도지사의 내년도 판공비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좥2000년 충남도 예산안좦에 의해서였다.

내년도 도 예산안에 따르면 심 지사의 판공비는 총 5억131만원으로 올 3억7,681만여원보다 33%인 1억2,449만여원이 늘어났다. 이는 내년도 도 본청 예산증가율 10.4%보다 22.6%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 예산서에는 각 사업항목과 타 부서에 나눠 배정된 다른 업무추진비가 제외돼 있어 이를 포함할시 실제 판공비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공비는 기밀비인가?

판공비는 공금으로 뜻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상이 되는 조직이나 단체에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용되는 서비스 비용이다. 한마디로 급여와는 별도로 공적인 업무에 쓰는 돈이다.

몇년전부터 ‘업무추진비’라고 대체됐지만 여전히 ‘판공비’라는 말로 통용된다. 따라서 판공비는 당연 그 내역이 떳떳한 것이어야 한다. 판공비 사용내역이 사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사용했다면 밝히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민단체인 당진참여연대는 현재 당진군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당진군이 별다른 이유없이 정보공개 시한 15일을 넘긴데다 판공비 지출 증빙서류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예산주민연대와 홍성YMCA, 대전참여연대 등도 같은 이유로 행정심판 청구·행정소송 등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예산군은 예산주민연대의 판공비 공개요구에 대해 단체에 찾아가 공개요구를 취소해 줄 것을 종용하다 여의치 않자 인맥을 동원, 시민단체 임원진을 개별 접촉해 같은 요구를 하다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 9월, 대전참여연대가 충남도지사, 대전시장 등 대전·충남 19개 기관장을 상대로 요구한 판공비 내역도 결과는 이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자치단체장들이 판공비 공개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대외비 성격이 강한 판공비 내역을 공개할 경우 업무진행에 차질을 빚는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공개할 경우 업무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니. 도대체 판공비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자치단체, 판공비 규모 얼마나?

위의 심 지사의 예에서 처럼 광역자치단체장의 직접적인 판공비 내역은 약 35억 정도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장의 경우 직접적인 명의로 된 것으 약 2억5천만원이고 서울시장 권한하에 각 부서별로 사용되고 있는 액수가 약 75억원이다.

김문수 의원은 기초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강동구청(인구 50만, 총예산 800억원)을 예로 들며 올 판공비 규모가 총 32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중 구청장의 직접적인 명의로 된 것이 약 7천만원이고 직급보조비와 직책급 업무추진비 약 22억원을 뺀 10억원 정도가 구청장의 권한하에서 각 부서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인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국 235개 기초자치단체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판공비는 알려진 것보다, 일반인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반면 대구참여연대가 지난 4월 대구시내 기초단체장 8명의 판공비 내역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8,300만원 규모다. 지난 7월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가 요구해 공개된 인천지역 중구청장의 지난해 쓴 판공비 내역은 4,747만원.

국회 국정감사 자료요청에 의해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정원가산, 시책추진비, 특수활동비 등을 뺀 기관운영 추진비로 충남 각 시장, 군수가 지출한 판공비는 최소 3,400만원에서 최고 7,200만원 규모다. 이같은 액수의 차이는 단체장 직접 판공비 외에 각 부서(실·국)의 일반업무추진비에서 빼쓰는 돈을 산정했는가 안했는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 액수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판공비 총액을 계산하려면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다 뒤져 일일이 단체장이 쓴 것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하니 말이다.

판공비, 어디에 쓰나 - 대부분 밥값·술값으로

지난 7월 좥인천연대좦가 인천 중구청장 판공비 지출내역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간담회 식비로 지출된 것이 38.5% △물품구입비 17.6% △격려금 17.3% △화초·화분 구입비 12.9% △경조사비 4.4% 순이었다. 판공비 지출로 가장 큰 액수가 밥값·술값이라는 얘기다. 그 이유는 뭘까.

지난 6월 경북 경산지역의 시민단체인 좥경산진보연합좦에서 경산시장의 판공비 내역을 분석한 것을 보면 전체 판공비의 80%가 시정협조차원 또는 접대용 선심성 용도로 사용됐다. 경산시장의 지난해 판공비 액수는 1억5천만원. 지출비율을 보면 △지역유지와 지역모임, 관변단체와의 모임에 16% △기관장·공무원 15% △경찰·공안기관 10% △언론·기자 10% △의회·의원 5.7% 등이다. 반면 복지단체 지원액은 1.5%, 불우이웃 지원금은 0.7%에 그쳤다.

시민단체가 “판공비가 공적업무라는 미명하에 사금고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난은 바로 이 때문이다.

거세지는 시민단체의 공개요구

충남도를 비롯한 각 시·군 자치단체장은 요즘 판공비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거센 요구에 난감해 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의 판공비 공개운동 방법은 매우 흡사하다. 우선 사용내역과 영수증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 해당 기관이 공개를 하면 이를 분석해 낭비성을 최대한 줄인 감축안을 내놓는다.

그러나 공개를 하지 않거나 ‘시늉’만 하는 경우에는 이의제기,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밟는다. 예산, 당진, 홍성, 대전의 시민단체가 ‘흉내만 낸’ 미진한 자료에 후속대응에 나선 상태이고 공주, 천안, 연기 등의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요구할 계획에 있다.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의 판공비 공개 운동 현황)

쭔예산주민연대 : 지난 10월, 예산군수 판공비 내역 정보공개 청구. 열람만을 허용해 재공개 청구를 요청하고 한축으로 좥판공비 열람단좦 구성.

쭔당진참여연대 : 지난 10월초, 당진군수 판공비 내역 정보공개 청구. 예고없이 공개시한 15일을 넘겼고 열람을 허용. 재공개청구 준비중.

쭔홍성YMCA : 지난 10월, 홍성군수 판공비 내역 공개청구.

쭔대전참여연대 : 지난 9월 중순, 충남도지사 등 공개청구. 세부내역 공개되지 않아 대응책 모색중.

쭔공주민주단체협의회, 천안시민모임, 아산사랑시민모임, 새로운 태안을 열어가는 군민모임 등 청구 예정.

판공비, 주민이 나서야 존재가치 찾는다

판공비가 불필요한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개인도 회사도 사업을 위해 판공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개인 사업가나 회사는 속성성 판공비를 절약하게 된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자신들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절약하고자 하는 내부적인 시스템이 없다. 판공비의 투명한 사용과 절감을 위한 예산 감시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판공비는 분명 공적인 용도다. 따라서 철저한 공공의식으로 판공비를 사용해야 한다. 적절한 판공비 규모, 허례허식 없는 올바른 사용처, 투명한 공개 등... 시민 모두가 납세자로서 주인행세를 할 때만이 가능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