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학교 마니아(?)인 성미혜씨와 남편 전형진씨. 올해 2학년이 된 큰아들 효영이(왼쪽)와 유치원생 경목이는 모두 당산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 작은학교 마니아(?)인 성미혜씨와 남편 전형진씨. 올해 2학년이 된 큰아들 효영이(왼쪽)와 유치원생 경목이는 모두 당산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학부모들의 발길이 당진읍내로 향하고 있다. 실상 더 나은 교육환경이라기보다는 좀더 많은 아이들 속에서 좀더 치열한 경쟁을 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욕구가 ‘읍내권 학교는 과밀, 농촌학교는 폐교 위기’라는 불균형을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송산면 금암리 대상아파트에 사는 성미혜(34)씨는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전교생 68명의 작은학교 당산초등학교(송산면 당산리 소재)에 두 아들을 보내고 있다. 물론 대상아파트는 당산초등학교 학구여서 성씨가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 아파트에 사는 많은 학부모들은 당진읍내의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폐교될 지 모른다는 소식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당산초등학교는 다행히 지역주민들과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진입로도 말끔히 포장되었고 근래엔 학생수가 늘어 교실 증개축 공사에도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당산초등학교는 얼마 전 12명의 학생이 새로 개교한 당진읍의 원당초등학교로 일시에 전학을 가버리는 상황이 일어났다. 작은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카드도 큰 학교를 향한 학부모들의 열망을 꺾지 못한 것이다.

자모회 임원과 운영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성미혜씨는 그동안 학교환경 개선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썰물처럼 당산학교를 벗어난 학부모들을 굳이 원망할 생각은 없다. 여러가지 형태의 교육환경들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작은학교에 대한 자신의 믿음은 확고하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두 아들 효영이와 경목이가 보여주고 있기에 성씨에게 당산초등학교는 ‘언제가도 푸근한 우리학교’다.

학교에 오면 마음이 푸근해져요.

“큰 도로에서 시골길 따라 들어가야 학교가 나오는데 학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답니다.”

그래서일까. 성씨는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남편 전형진(37)씨와 꼭 함께 참석한다고 한다. 당진화력에서 근무하는 남편은 주야 2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낮동안에도 시간을 낼 수 있다. 남편은 당산초등학교 가족들 사이에서 1등 참여 아빠로 불린다. 작년엔 1,2,3학년 학생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수영장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갔는데 유일한 청일점이어서 함께 간 자모들이 수영복 차림이 민망해 덧옷을 껴입는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고.

성씨가 당산초등학교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담임이 아니어도 모든 선생님들이 전교생의 이름을 알고 있고 불러주니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는 누나같고 삼촌같고 때론 엄마같은 존재이다.

아침 등굣길에 듣는 새소리와,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나무들은 정서 교육의 자양분이다.

우리 효영이 특징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계세요

성씨 부부는 초등학교 시절엔 학습보다는 교우관계, 감성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경쟁환경에 내몰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그리고 자신들의 그러한 교육철학은 도시학교의 콩나물 교실에서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고 믿는다.

교우관계나 감성을 키우는 교육은 선생님들이 아이 한명 한명에 대한 특징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은학교는 특권이 있어요. 선생님과의 일대일 교육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게 바로 선진국형 교육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가장 감동을 받은 건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이의 특징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계시다는 걸 알았을 때예요. 효영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이었어요. 효영이가 몸이 많이 아팠는데 선생님께 미리 편지를 통해 아이의 상황에 대해 알려드렸죠. 선생님께서는 효영이를 다른 아이와 어떠한 차별없이 동등하게 대해주셨어요. 그랬더니 한학기가 지날 즈음 효영이도 많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더군요. 얼마나 감사하든지... 만약 큰 학교였다면 효영이의 그런 특별한 사정이 고려되지 못했을 거예요.”

학교에서 모든걸 얻을 순 없어요.

“작은학교에 아이를 보낼 경우 사회성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굳이 학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저희 가족은 여행을 자주 가요. 친척들과 만남도 자주 갖는데 만날때마다 함께 목욕을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등도 밀어주고 한답니다. 또 아이 아빠가 회사 직원들하고 단체활동을 할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요. 작은학교에서 채우기 힘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유대관계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죠.”

조용한 시골마을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당산초등학교는 학교앞에 문구점이 없다. 좀 불편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유해환경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성씨는 또 한가지 학교의 자랑을 끄집어 낸다.

“다른 학교는 예를 들어 한 아이당 2천원의 교재비가 지원된다면 우리학교는 3천원이 지원돼요. 아마 당진에서 1인당 교재교구비 지원이 가장 많은 학교일걸요? 그래서 준비물 때문에 매일같이 문구점에 갈 일이 별로 없어요. 웬만한 것은 학교에서 모두 준비해주니까요.”

“당산아이들은 중학교에 가서 대부분 탑클래스에 들어있다고 해요. 큰 학교에서 배운 아이나 학원을 서너개씩 다닌 아이들과 비교해 학업능력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 아닐까요? 중요한건 성적이 아니라 얼마나 다른 환경에 잘 적응하는 사람으로 키우느냐인 것 같아요.”

통제보다 자율과 여유를 허락하는 작은 학교, 쉬는 시간 10분동안에도 다음시간 예습보다 나가서 놀고 있으라는 선생님들의 지도방식은 성씨부부의 교육관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여유와 놀이속에서 아이들은 엄마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크는 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해진 분량의 공부는 등교전 새벽같이 일어나 모두 해 놓는 아들 효영이가 성씨부부의 그러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다.

“언제 어떻게 또 학생들이 빠져나갈지 모르지만 더이상 이 울타리가 헐거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느하나 흠잡을 곳 없다는 성씨의 작은학교에 대한 예찬은 끊이질 않았다.

당산초등학교에는 이러한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포근하고 아늑하며 무공해 당산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보내주세요”

성씨의 생각과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