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읍 채운리의 어느 야산에 기이한 모습의 가족묘가 있다. 둘레석까지 잘 되어있는 깔끔한 묘지의 봉분에 어찌된 일인지 시멘트가 발라져 있다. 시멘트가 입혀진 묘지는 모두 4기에 이르며 원래의 봉분 형태를 그대로 살려 입체적(?)이고 매끈하게 공사가 되어 있다. 누가, 왜 그랬을까?
주변주민들에 따르면 4~5년전 이 마을 주민 S씨가 자신이 죽고 난 후엔 벌초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생전에 손수 물과 모래를 지어 날라다 공사를 했다는 것.
공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는 주변주민 K모씨는 “산이 가파른 편이라 묘지까지 물과 모래를 나른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몇날며칠을 그렇게 공사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혀 더이상 말을 못했다”고 말했다.
목수이자 지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S씨는 무척 완고한 성격으로 ‘자식들 욕보이는 짓’이라며 공사를 말리던 동네사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들이 일찍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진 S씨가 콘크리트 공사를 한 묘지는 자신의 부모묘와 친척묘이다. S씨는 이 공사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손들은 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이뤄질 당시 동네주민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언덕배기에 올라서서 보면 밤에는 묘지가 하얗게 보여 섬뜩하다”며 “남의 가족묘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 너무 좋지 않을뿐더러 양지바른곳에 모셔놓고선 시멘트를 입혀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조상묘의 벌초를 둘러싸고 자식들간에 심심찮게 갈등이 불거지는 세태를 반영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남아있는 자손들을 믿지 못한 노파심의 발로였다는 것이 생전에 S씨를 지켜보아온 동네사람들의 반응이다. 이유야 어쨌든 시멘트가 입혀진 봉분과 둘레석 사이를 틈타 따사로운 봄햇살을 쬐려고 삐져나온 몇포기의 잔디가 처절한 몸짓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