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군의 행정에 대한 주민참여 시책이 형식에 치우쳐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사진은 당진군 확대간부회의 장면
▲ 당진군의 행정에 대한 주민참여 시책이 형식에 치우쳐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사진은 당진군 확대간부회의 장면

입법예고 형식적 운영으로 주민의견 수렴 거의 전무

참여예산제 조례제정 2년째 지연, 주민위원회·예산학교 등 엄두 못내

편집자주

그동안 선거에서 주요 언론은 후보의 동향을 보도의 중심에 뒀다. 따라서 정책과 이슈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고 유권자들은 선택의 기준을 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진시대’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고 ‘정책·이슈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 5·31 지방선거] ‘지역현안, 이것만은 해결하자’ 시리즈를 보도한다.

매호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한가지씩 다룸으로써 지방선거가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이해관계자도 모르는 조례 입법예고

기자는 당진군 수돗물수질평가위원직을 제의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11월 당진군에서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혹시 마감시간이라도 겹쳐 참석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서 맴돌았지만 이전에 수 차례에 걸쳐 당진군 간이상수도 수질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었기 때문에 괜한 의무감 같은 것이 들어 제안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돗물수질평가위원을 하겠다고 하고 난 후 1년 반이 지나는 동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감시간과 겹치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4월3일 군의회 제131회 임시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돗물 수질 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 개정안이 상임위에 상정된 사실을 알게 됐다. 수돗물수질평가위원직을 제의받았던 기자는 사전에 이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다.

물론 당진군은 의회에 상정하기 전인 지난 2월6일 홈페이지를 통해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당진군 홈페이지의 공고란을 매일 꼼꼼하게 챙겨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하루에 한번 꼴로 접속하지만 바쁠 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반주민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주민의견 수렴위해 공청회,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안 강구해야

조례안 입법예고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기 전에 입법안의 취지와 주요내용, 전문 등을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사전에 공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1년간 수 십 차례에 걸쳐 조례안이 입법예고되지만 주민의견이 제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진군 홈페이지에 공고되는 입법예고를 꼼꼼히 살피기도 어려울 뿐더러 내용을 분석해서 의견을 제출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조례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주민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앞서 사례로 든 수돗물 수질 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 개정안의 경우도 최소한 수돗물수질평가위원 위촉예정자들에게는 개정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당진군의 입법예고가 이처럼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주민의견을 자치단체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 여기기보다 거추장스런 절차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실무부서의 책임자나 담당자의 상당수는 적극적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의견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입법예고가 당초의 취지대로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공청회나 설문조사, 관련 회의 개최, 서면이나 전화를 통한 의견수렴 등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진군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제정 지연

예산의 투명성 확보와 주민참여의 활성화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일부 군의원들의 반대와 준비미흡 등으로 조례제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진군은 2004년 5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후 예산편성요구서를 공개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세부추진계획서와 광주 북구청의 사례를 모델로 한 조례 시안의 작성까지 마쳤다. 그러나 일부 군의원들이 예산심의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입장을 나타내자 담당부서인 기획감사실 예산팀은 당초 계획했던 일정의 추진을 사실상 중단했다.

조례안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주민위원회 구성과 워크숍 개최 등 참여예산제의 세부내용은 근거가 없기 때문에 추진이 어렵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당진군은 지난 2004년 참여예산제 도입 발표 이후 예산편성요구서 공개와 함께 주민의견 수렴을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예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기 위한 주민예산학교와 제도운영의 핵심주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참여시민위원회, 주민공청회, 사전·분야별·총괄 예산정책토론회 등을 모두 생략했다.

참여예산제는 의회 심의권 침해가 아닌 편성권에 대한 주민참여

일부 군의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한 조례제정의 지연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오해임에도 이를 충분히 설득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것. 실제로 참여예산제는 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에 대한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것일 뿐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당진참여연대는 지난해 성명서를 통해 “의회에 상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부 군의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차피 조례안에 대한 최종 의결은 군의회의 몫”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자치단체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의회 간담회를 통해 조례제정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예산심의권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조례에 명문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의회와의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