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위주 사업에 복지예산 취약, 지역 자연환경 황폐화 ● 편집자주 그동안 선거에서 주요 언론은 후보의 동향을 보도의 중심에 뒀다. 따라서 정책과 이슈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고 유권자들은 선택의 기준을 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진시대’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고 ‘정책·이슈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

5·31 지방선거] ‘지역현안, 이것만은 해결하자’ 시리즈를 보도한다. 매호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한가지씩 다룸으로써 지방선거가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지역현안시리즈> 1 환경현안 2 행정참여 3 지역개발 “이 땅의 시장·군수는 건설업자” “한마디로 이 땅의 시장과 군수들은 ‘건설업자’였다.” 한 중앙일간지가 지방선거 특집 기획기사에서 던진 도발적인 문제제기다. 업적 과시를 위한 자치단체장의 전시행정이 주민들의 귀중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당진군이 추진한 대부분 주요 사업도 어떠한 항목을 갖다 붙이든 결국 개발과 건설로 귀결됐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입장에서는 건설과 개발만큼 자신의 치적을 드러내는 것도 없다. 당장 눈에 드러나기 때문에 생색내기에는 그만이다.

지방선거 공약 대부분 개발사업에 치중 지난 2004년 6월에 치러진 당진군수 보궐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은 형식이야 조금씩 달랐지만 주요 골자는 건설과 개발이었다. 당시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중부권 최고의 임해공업단지 육성 △우량기업 및 외자·민간자본 유치 △배후도시 건설 △시 승격 대비 도심정비 △외국인 전용단지 지정 △각종 고속도로·해안도로·4차선 도로 건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2002년에 치러진 지방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후보들이 내건 공약은 △종합 문예회관 건립 △송악산 주민휴식공간 조성 △당진문화원 건립 △농어촌 도서관 신축 △합덕제 보수 복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복지시설 설치 △아미산 등산로 및 주민휴식공간 조성 △대단위 물류센터 건립 등이다. 너나 할 것이 개발공약이 주를 이룬다. 지역경제 정책은 공업단지 육성과 대단위 물류센터 건립 등이고 교통정책은 고속도로 조기완공, 산업철도 건설, 4차선 도로 신설이다.

심지어는 문화정책도 문화회관 건설, 복지정책도 각종 복지회관 건설로 귀결된다.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운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당선되면서 자치단체의 주요 예산도 대부분 부수고 파헤치고 콘크리트를 붓는 데 쓰인다. 포크레인의 삽날에 난도질당한 당진의 산하 전국의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개발과 건축에 예산의 대부분을 사용하지만 서해대교의 건설로 수도권과 인접지역이 된 당진군의 경우는 개발의 압력이 더욱 심한 편이다.

개발에 대한 이같은 병적인 집착은 곧 난개발로 이어진다. 특히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들은 국가차원의 간척지 조성, 주택공사·토지공사의 택지개발, 민간사업자의 아파트단지 조성 등과 합쳐지면서 이른바 난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리아스식 해안에 나지막한 구릉지, 넓은 평야로 이뤄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당진의 산하는 포크레인의 삽날에 난도질당해 이제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사회복지비로 나라사랑공원 확장조성 사업 개발과 건설에 올인하는 자치단체의 정책은 단지 자연환경의 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빈곤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복지비용이나 환경, 문화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로 가야 할 자치단체의 예산이 개발과 건설부문으로 옮겨간다. 실제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나라사랑공원 확장사업의 경우 토지매입비로 6억1800만원이 올해 예산에 책정됐으며 제1차 추경예산에 군 퇴역장비 설치 1억원, 편의시설 및 조경 1억9500만원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나라사랑공원에 소요되는 예산은 모두 사회복지비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이뿐이 아니다. 군민의 혈세가 들어간 각종 개발·건설 공사는 민간 토건업자들이 수주한다.

공사수주에는 외지의 업체들까지 몰려 혼전을 벌인다. 결국 막대한 군민의 세금이 온갖 시설과 도로에 투입되지만 개발의 열매는 소수의 토건업체 소유주들에게 돌아간다. 쪼들리는 살림에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병원비 걱정에 주눅들어 사는 서민들에게 개발의 이익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토건국가’ 일본의 장기불황 전철 밟을 수도 개발과 건설에 집중하는 사회의 시스템을 전문가들은 ‘토건국가’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지역 정치인, 자치단체, 토건업체, 지방 토호가 한 통속으로 묶여서 개발사업을 계속 벌이면서 이익을 나눠먹는 방식으로 굴러가는 사회 시스템이다. 지역의 개발엘리트에게 점령당한 지역사회는 ‘토건국가’의 하부조직으로 기능한다.

땅값 상승, 부동산투기에 대한 기대심리로 상당수 토지소유자들도 이것을 방관하거나 여기에 편승한다. 원래 ‘토건국가’의 개념은 현대 일본을 분석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일본이 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다가 1990년대 초반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15년 이상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바 있다.

당진이라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맑고푸른 당진21의 안효권 사무국장은 “지역의 개발론자들은 우리세대만 살고 말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후손들에게 개발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무차별적인 개발정책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형이 아닌 내실을 중시하는 지역발전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