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야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바로 고사리다. 고사리는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는 곳이라면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든 자라고 있다. 그것도 아주 낮은 자세를 하고, 꽃도 없이 세대를 이어간다. 너무 흔하고 평범할 뿐 아니라 관심을 끌만한 것이라고는 꽃한송이 피지 않아서 누구 하나 고사리를 탐내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그저 제사상과 차례상에 어김없이 오르는 나물로, 비빔밥 위에 얹히는 고명 정도로 고사리의 존재를 의식한다. 그 고사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식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주 오랜 옛날 공룡이 살던 그때에도 지구상에 사람은 없었으나 고사리는 살고 있었다. 양치식물이 고생대부터 있어왔다니까 고사리의 역사는 약 5억8천만년이나 된다.
이른바 양치식물이라 불리는 고사리목 식물에는 바위나 나무에 얹혀사는 일엽초와 숲에사는 고사리, 고비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1만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치식물은 약 250종에 이른다고 한다. 양치식물을 고등식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뿌리, 줄기, 잎 등 식물의 구성요소로 확실하게 구분되는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특징은 뿌리와 줄기가 땅속에서 자라고 잎은 지면위로 올라와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줄기는 뿌리줄기로서 땅속에서 자란다. 양치식물은 진화상 이끼식물과 종자식물의 중간단계로 불 수 있다고 한다.
이 양치식물들이 요즘 야생화와 더불어 은근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생화분재가 인기를 끌더니 요즘은 양치식물과 양치식물 분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생활이 점차 자연에서 멀어지는 것과 맞물려서 야생의 것, 원시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 되살아나고 땅 한움큼도 가지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와 주택 한 모퉁이에 자연을 숨쉴 수 있는 소품 하나라도 대신 들여놓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욕구들과 더불어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 당진에도 양치식물과 야생화를 키우고 다양한 소품분재를 만들어 내놓는 사람이 있다. 우강면 부장리에서 <하늘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상균씨.
최씨는 3년여 전부터 양치식물 분재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닐하우스 7동 300평에 이르는 그의 농원에서는 희귀한 고사리종류의 양치식물과 다양하게 변이한 그 변종들이 야생화들과 함께 독특한 자태를 연출하며 천천히 자라고 있다. 석화편백과 좀편백, 남천과 실남천, 사자머리, 세뿔석위, 부처손, 무늬부처손, 고양이발톱고사리, 바위솔, 애기모람, 종삼, 석창포, 풍란, 관중.... 그것들 중에는 요즘 분양한 것들도 있지만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기간이 3년 혹은 5년이 되는 것들도 있었다. 뿌리줄기를 지닌 양치식물의 특성을 살려 그 줄기들이 분재할 돌이나 다른 식물에 잘 안착하도록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빨리 자라지 않는 양치식물이 일정한 크기로 자라되 기대하는 모양으로 자라도록 손질하려면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최상균씨의 농원에도 30년된 편백이 있었는데 믿을 수 없을만큼 크기가 작았다. 양치식물의 매력은 다양한 변이와 변종인 것 같았다. 고사리만 해도 청나래고사리, 지네고사리, 뱀고사리, 관중에서부터 사자머리 모양으로 변이한 것, 꽃잎모양으로 변이한 것 등등 놀랄만큼 그 모양과 종류가 다양했다. 야생화 중에서도 독특한 환경에서 독특하게 자란 것과 특정부위를 독특하게 변이한 것들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뭐가 뭔지 구분이 안가지만 이미 양치식물이나 야생화 분재에도 제법 많은 매니아들이 있어서 그 가치들을 알아줄 때 보람도 있고 즐겁다고 한다. 물론 최씨 자신이 식물을 키우는 일에 취미가 있어서 벼농사를 짓는 틈틈이 분재를 해온지 20년이나 되는데 뭐니뭐니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성취감과 기쁨이 있다.
양치식물 분재는 대개 크기가 작고 작은 데 비해 가격이 제법 나가는데 그 첫째 이유가 쑥쑥 자라는 보통식물과 다르기 때문이다. 뿌리와 줄기를 땅속에 숨기고 잎만 지상에 내밀고 살아가는 양치식물의 특성은 길이생장을 하는 1년생 화초식물과 엄연히 다르다. 최씨가 가장 아끼고 가장 신경써서 분양하고 있는 묘이고사리, 일명 고양이발톱고사리는 이날도 ‘잠을 자고’ 있었는데 최씨에 따르면 아무리 빨리 자라길 빌어도 자라기에 완전히 합당한 조건이 되지 않으면 그들은 ‘잠을 잔다’. 그렇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멈추어 있다. 그래서 양치식물을 키우는 일은 인내심이 있어야 하고 그들이 그들의 때를 만나도록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최상균씨는 성질이 급한 사람은 절대로 이것들을 키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눈에 띄게 잘 자라지 않는 대신 생명력이 끈질겨 죽은 줄 알았다가도 다시 살아있는 기쁨을 주는 것이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 분재의 또 다른 재미는 분재한 흙의 조건이 마음에 들면 거기에 들어맞는 다른 작은 식물들이 와서 번식하여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즉 양치식물 분재에는 늘 예측불허의 상황이 대기중이라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정작 최씨가 이일을 취미에서 전업으로 돌려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절박한 농촌실정 때문이었다. 농업의 주된 생산기반이 쌀이지만 다른 소득원이 없을 경우 위태롭기만 한 농촌실정이 발상을 전환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군비 1,200만원을 지원받아 화훼생산환경개선시범으로 하우스를 확장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위한 길을 찾아나섰다. 아직 홈페이지도 따로 없지만 매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연중 이곳을 찾는다. 취미에서 전업으로 오기까지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연구한 분야다 보니 식견도 많이 쌓여서 요즘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생활원예반에 강의를 나가기도 한다. 비록 자신의 소득원이긴 하지만 그런 차원을 떠나서 양치식물과 야생화 소품분재에 대한 관심의 저변을 넓히고 아파트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라도 많은 사람이 자연과 원시의 멋을 느끼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그 자신 양치식물의 매력에 푹 빠진 최상균씨의 바람이다.
사진 : 원상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