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찌꺼기... 밥을 물말아 먹고 나면 밥알이 몇개 사발 속에 남아있습니다.
사발 속에 남은 것을 턱찌꺼기라고 하는데 이는 돼지나 개 같은 짐승을 먹이는데 중요한 먹이가 되곤 했지요..
올해 여든넷이신 우리 어머니 께서는 지금도 가끔씩 지난 이야기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머니가 시집오니 아버지 4형제 중 3형제가 같은 집에서 살더랍니다. 거기에 시아버지와 시어머님이 계시니 어른들만 모두 여덟식구에 아이들까지 합하면 열댓명은 넘는 식구가 한집에 살았던 것이지요. 논농사는 몇마지기 안되고 그 많은 식구가 살기에 얼마나 어려웠던지 이웃동네 사는 친척에게 가서 겉보리 한말 얻어다가 그것으로 5일을 먹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니 그 어려웠던 살림살이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지요.
끼니 때가 되면 할아버지를 비롯해 3형제는 안방에다 상 차려 주고 아이들은 따로 마루에다 상도 없이 차려주고는 여자들은 부엌이나 마루에서 바가지에 누룬 밥을 퍼서 한숟갈씩 떠 먹는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둘째 큰아버지께서는 보리밥이라도 꼭 진지를 잡숫고는 남기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냥 남기는 것이 아니고 물말아서 먹다가 남기셨다고 합니다.
아무리 어려웠던 시기라고는 해도 많은 밥도 아니고 남이 먹다가 남긴 밥을 누가 먹겠습니까. 그렇다고 귀한 밥을 짐승먹인다고 버릴 수도 없으니 시어머니께서 이것은 둘째가 먹다가 남겼으니 둘째며느리 네가 먹어라 하고 지정해 주셨다고 합니다.
둘째 큰어머님께서는 그렇지않아도 배고프던 차에 눈치 안보고 남편이 먹다 남긴 턱찌꺼기이지만 그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셨다고 합니다.
남은 동서들은 첨에는 그 밥이라도 먹고는 싶었으나 시어머니께서 둘째 형님한테 먹으라고 하셨으니 넘볼 수도 없었답니다.
그런 일이 몇번 지속되니 할머님도 동서들간에도 둘째 큰시아주버니가 자기 부인을 생각하여 남기는 밥이라고 눈치를 채고는 모두가 은근히 부러워하셨다고 합니다.
어려웠던 시절 자기한테 시집와 고생하면서 살아가는 마나님의 심정을 이루다 표현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무언의 애정표현이야말로 할말 못할말 다하고 살아가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지요.
지금도 저희 어머니께서는 가끔씩 그때의 둘째 시아주버님의 깊은 뜻을 이야기하시며 그때의 기억을 아주 소중한 것처럼 머릿속에 간직하고 계십니다.
지금 모든 것이 풍족하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젊은 여인들에게 남편이 먹다만 턱찌꺼기를 먹으라고 하면 아무말 없이 냉큼 받아먹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것은 귀중한 음식이라서기 보다 부부간의 신뢰에 관한 문제입니다.
겉으로 요란스럽게 나타낼수 없었던 은은하고 가슴 저려오는 부부애...
하루종일 일하고 저녁때 집에들어와 끼니를 지으려면 먹을 것이없어 뭘로 저녁을 해 대나 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하십니다.
집근처 나물이란 나물은 모두 캐어 뚝이 맨질맨질했다고 합니다. 쑥이든 냉이든 먹을 수 있는 풀은 모조리 캐어 죽도 쑤어먹고 반찬으로도 해놓고 그렇게 먹던 시절 비록 배는 고팠지만 그런 부부간의 따뜻한 정이 있어 그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