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제58회 충남도민체전의 마지막날. 남자부 배구대회 결승이 열렸던 당진실내체육관에는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당진군과 태안군의 남자부 결승전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태안군의 선수들 때문이었다. 전 대한항공 소속 국가대표였던 박희상, 최천식, 차상현 선수 등 4명의 전 국가대표를 ‘보강’한 태안군을 보기 위해서다.

사건은 1세트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일어났다. 1세트를 태안군이 25-23으로 이긴 가운데 태안군의 박희상 선수가 선수명단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뛴 것이 발견됐다. 박희상 선수는 태안군의 전체선수 명단에는 포함되어 있었지만 경기 시작 직전 심판에게 제출하는 선수 엔트리에는 이름이 없었던 것.

당연히 당진군에서는 이의를 제기했고 ‘부정선수’ 규정에 따라 심판진은 합의를 통해 몰수게임을 선언했다. 그러자 태안군 응원단에서 코트에 물병을 던지고, 태안군 감독은 경기장에 온 태안군 응원단을 모두 코트로 불러 자리를 잡고는 경기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태안군 감독은 “단순한 실수이며 선수명단에 없는 선수도 아닌데 몰수게임을 선언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판정을 번복할 때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때 작은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고 급기야 인근의 질서유지 경찰들까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으나 태안군 주민들이 코트를 ‘점령’한 채 2시간여가 흘렀다.

결국 주최측인 당진군이 손님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양보하고 충남도배구협회에 부정선수 문제를 덮어두자고 제안해 경기가 재개됐다. 태안군이 2세트도 25-20으로 승리하고 우승.

그날 경기장에는 태안군 주민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기자단과 태안군 주민들보다 훨씬 많은 당진군 응원단, 그리고 타시군 선수단까지. 그들 앞에서 ‘태안’은 체면도 집어던진 채 떼를 쓴 것이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그 생떼를 받아준 것이 되어 버렸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경기규정을 잘 몰랐든, 실수였든 태안군은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전국체전에서 충남도 대표로 출전한 단국대 대표가 태안군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몰수게임패를 선언당한 뒤 충남배구협회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군 배구협회에 특별히 주의까지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일이었다. 당진군의 양보로 결국 우승까지 했는데 태안군이 겸연쩍어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승이 눈앞에 있었음에도 그 우승을 반납하고 ‘손님’을 맞는 ‘주인’의 도리를 다한 당진군배구협회가 대단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