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농협 대의원

얼마전 우연히 TV다큐멘터리 ‘북구의 아마조네스’를 보았다. 아마조네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투의 신인 아레스와 님프인 하르모니아의 자손인 여성 무사족을 말한다. 유럽 남동부의 따뜻한 나라에 살던 그들이 왜 추운 북구에 있다는 것일까.

여인왕국을 꿈꾸었던 ‘아마조네스’는 바로 현재의 스웨덴 여성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핍박받던 과거를 청산하며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가는 그녀들. 보수적 성향이 남아있는 나로서는 그들의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현재의 아마조네스라 일컬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사회보장제도의 결과로 그다지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남자와의 혼전 동거로 인한 아이를 갖고서도 그럴 수 있다니 평범한 한국인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 대중매체에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혼전 동거 문화를 가지고서도 난리법석들인데 동거란 그들에게는 보편적인 일상생활. 아이를 엄마 혼자 키우는 것조차도 그들 국민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더구나 미혼모를 위해 나라에서 사회보장제도로 도와주는 판국이다. 한동안은 그네들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스웨덴은 변화하고 있었다. 억압받던 시대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여성들 스스로가 말이다. 여성들의 권위와 자율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는 잘 마련되어 있었다. 미혼모가 부족함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었던 것, 타인의 시선들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은 물론 부모가 내는 비용이 불과 10퍼센트인 탁아소 비용과 학비 무료에 생활보조금까지. 여성 자신이 남성의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단독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고 있었다. 그래서 스웨덴의 미혼모 여성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프리섹스의 나라. 자율적이지만 범죄에 대한 규제는 많고 여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럼으로써 지구상에서 유래 없는 양성평등을 누리고 있는 게 바로 스웨덴 여성이다. 스웨덴 여성들의 활동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는 국회의 33퍼센트가 여성이고 20명 중 8명이 여성장관인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여성의 완전고용과 여성의 인권 보장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스웨덴의 여성은 부모보험제도로 봉급의 90퍼센트를 받으며 15개월까지 휴직을 할 수 있어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빠른 출산율 회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과 우리나라를 비교하기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GNP 2만불 시대라며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듯 좋아했던 대한민국이지만 현재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서구 열강에 비하자면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앞서 말한 상황과 비교해 보자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은 고작 10퍼센트 안팎이다. 스웨덴의 33퍼센트에 비하자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우리나라 역시 보다 나은 남녀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의 비율은 10% 안팎이지만 풀뿌리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에서의 여성의원 당선 비율은 지방자치단체장 0.4%, 광역의회 9.2%, 기초의회 2.2%로 매우 낮다.

두 번째로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그리고 급여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산전후 휴가는 근로기준법 제72조에 규정된 것으로 출산을 전후해서 90일 이상 부여해야 하며, 산후가 45일 이상 확보되어야 하고, 최초 60일은 유급으로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 규정된 것으로, ‘생후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가 그 영아의 양육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에 허용하도록 의무화되어있다.

많은 부문이 여성을 위해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은 너무나 많다. 여성노동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임신·출산을 이유로 사실상의 해고(계약해지)를 당하게 되고, 보험료를 납부했더라도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고용관계가 해소되어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산전후휴가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하는 여성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도 산전후휴가 및 급여가 적용될 수 있도록 산전후휴가 기간과 그 후 30일 이내에는 기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법개정을 추진 중인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스웨덴은 선진국 특유의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근래 새로운 가족 형태로 집합주택이란 것이 나타났다. 그들은 완벽한 복지제도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그 속에서 얻고 있다. 얼마나 이상적인 생활인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와 개인의 사생활 존중, 자율권 보장. 그들이 이처럼 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산율이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유급유사산휴가의 법제화와 더불어 남녀 공히 직장과 가정에의 참여를 촉진하고, 남성에게도 가정생활과 양육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스웨덴의 그것을 모델로 삼아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를 신설하는 것도 매우 적절할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상의 변화는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쪽이건 저쪽이건, 배를 탄 사람들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배는 전복될 수밖에 없음을 유념하고, 이 사회가 남성우월사회, 여성우월사회가 아닌 양성평등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