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많다. 파도처럼 격정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조금씩 내일을 준비하는 이선환(42)·이미애(37) 부부. 이들의 삶이 호수의 잔잔한 물결 같다.
장미꽃 스물세 송이와 김치찌개
이선환(42)씨는 고대농협RPC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 이미애(37)씨는 표고버섯을 재배하며 글고운주부독서회원으로 있다. 이들 부부에게는 듬직한 아들 행운(14)이와 어리광이 많은 딸 지혜(12)가 있다. 지난 16일이 이들이 결혼한 지 꼭 14주년 되는 날이었다고.
이들 부부는 이미애씨 언니의 중매로 처음 만나게 됐다. 이선환씨와 같은 농협에 근무하던 언니가 두 사람을 소개시켜준 것이다. 당시 이미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덕에 있는 신협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이선환씨는 전국 곳곳으로 쌀을 출하하느라 출장이 잦았다. 그러나 스물여덟살 노총각의 뜨거운 가슴은 밤새 운전해도 피곤한 줄 모르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발길이 이어졌다.
아직은 여리기만 한 스물세 살의 이미애씨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을 찾아오는 이선환씨가 싫지 않았다. 이들이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애씨의 23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그날도 밤샘 운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녀 앞에 나타난 이선환씨의 손에는 스물세 송이의 장미꽃이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으로 보였던 이미애씨.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결혼을 약속하게 됐다. 결혼을 얼마 앞둔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선환씨는 그녀를 위해 조그만 밥상을 차렸다. 이미애씨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이렇게 이들은 만난지 100일 만에 결혼했다.
인생은 꾀부리지 않는 것
부부는 당진에서 살다가 고대면에 있는 빌라를 사서 이사하게 됐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집값의 절반이 훨씬 넘는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아야 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IMF가 닥쳐왔다. 은행 이자가 감당 안돼 허덕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들은 꾀를 부리지 않았다. 덜 먹고 덜 쓰며 아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아이들 기저귀도 일회용 대신 면 기저귀를 사용하고 모유를 먹이며 한 푼이라도 아꼈다. 남편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잦은 출장길을 택하고 잠도 못자며 일했다. 그랬던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 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
나무뿌리로 하트를 만드는 남편
이선환씨가 농협에 근무한 지 올해로 꼭 20년째다. 그만큼 한길만 알고 우직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내에 대한 사랑도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언제나 한결 같다. 아침에 출근할 때나 출근 후에도 수시로 전화해 사랑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이들의 입에서도 버릇처럼 나올까. 거실 한쪽에 있는 나무뿌리로 만든 하트모양이 눈에 띈다. 이선환씨는 쑥스러운 듯 딴청이지만 아내를 위한 그의 작품이다. 이런 것을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하고 사랑한다고 부인에게 스스럼없이 말하는 남편이 몇이나 있을까?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곳
몇 해 전부터 인근에 있는 산을 개간해 텃밭도 만들고 버섯하우스도 짓고, 한쪽에는 가축을 키울 수 있는 울타리도 만들었다. 이들 부부는 십수년이 흐른 뒤 아들 행운이와 딸 지혜의 아이들이 이곳 농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상상하며 텃밭에 고구마며 옥수수며 야채를 심고 집터도 닦아 놓았다.
이들 부부는 오늘도 욕심부리지 않고 한발 한발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