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다. 재벌 총수가 폭행사건에 연류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또한 경찰의 부실·늑장수사가 시민들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게다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비도덕적인 외압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뜨겁게 달아오를 즈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져 우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바로 골든로즈호와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호의 해상사고로 골든로즈호가 침몰한 사건이었다. 골든로즈호에 탑승하고 있던 16명의 선원은 전부 사망했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중 7명이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한국인 선원 7명이 모두 사망한 골든로즈호 사건은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가려져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한 감이 있다. 김승연 회장의 사건이 뉴스와 신문 등 각종 매스컴에서 토픽으로 보도되었던 것에 반해 골든로즈호 사건은 그 다음으로 보도되기가 일쑤였다. 재벌총수의 보복폭행 사건과 한국인 7명이 해상에서 사망한 사건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했을까? 뒤늦게 사건의 경중을 따지는 일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으나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7명의 자국민의 목숨을 빼앗아간 골든로즈호 사건이 더 큰 안타까움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골든로즈호 사건은 사고발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색 및 구조작업은 물론 사고원인 규명작업도 중국측이 주도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고 원인 규명 후 그에 다른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이 현재 진행중인 중국 측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사건의 가해자로 보이는 진성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은 사고지점이 중국영해에 들어간다는 중국 측의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이 해당지역을 불분명한 상태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분명히 문제를 제기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며 아울러 “사고를 유발한 중국 측 진성호에 대한 중국측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 주도로 사고원인이 규명되고 난 뒤에는 책임소재 규명 등에 있어 우리가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의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 뒤늦게 사고대책반을 꾸려 늑장대처를 했다는 점 등에 대해 일각에선 사건 초기의 정보파악에서부터 대처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전반적인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재외국민보호시스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선 중국에 대한 저자세외교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UN해양법은 선박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박이 구조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고 사실을 당사국에 알리고 신속하게 구조활동을 펼치는 것은 국제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이다. 사고 후 구명활동없이 사고현장을 벗어난 진성호와 이후 수색 및 구조작업에서 나타난 중국측의 인명경시 태도는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 우리정부가 왜 중국측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수동적인 외교태도를 고수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뒤돌아보면 지난 2002년에 일어난 미선·효순양 사건이 이랬고 2004년도에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되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김선일씨 사건이 이랬다.
정부는 FTA는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면서도,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으면서도, 골든로즈호의 사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대해선 왜 이렇듯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은 우리나라의 헌법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부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는지 강력하게 묻고 싶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몫과 역할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