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흙을 따라 서해안으로 내려온 노부부가 있다. 칠십 평생 도시를 떠나 산적도 없으면서 고향도 아닌 곳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내려왔다. 고대면 성산2리 산기슭 밑에 여생의 터전을 잡았다. 왜 이곳을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황토가 좋은 곳을 찾았는데 도시에서 이웃이 자기 고향을 추천해줬단다.
집 앞에 펼쳐진 텃밭, 마당에 강아지 2마리. 노부부는 이곳을 ‘별장’이라고 칭했다.
지경무(70), 임은순(67) 부부가 귀농을 결정한 것은 10년 전 지씨가 위암으로 위절제 수술을 받은 후였다.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오직 황토좋은 땅을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씨는 소개받은 땅에 두 식구 먹을 것, 자손들에게 보낼 것, 농협에 팔 것 조금을 농약하나 쓰지 않고 기른다. 마당에 나가면 기르지도 않은 고들빼기, 민들레, 쑥도 얻을 수 있으니 귀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지금이야 양파며 고추, 감자, 마늘, 콩 등 제철마다 작물을 재배하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아무것도 몰랐다.
“이웃사람들을 매일 쫓아가 농사짓는 법 하나하나 물어봤지요. 귀찮다는 말 없이 다 알려주고 방앗간 다녀왔다며 쌀 가져다주고... 그때 시골 인심 후한 거 알았지요.”
모르기 때문에 쓰기 시작한 귀농일지는 아직도 매일매일 기록하고 있다. 그날의 날씨나 장에 나가 사온 수박 한통 값은 물론 언제 어떤 작물을 심어 거뒀는지 깨알 같은 글씨로 세세히 기록돼 있다. 지씨는 “귀농일지 덕분에 한 해의 농사흐름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연과 갑갑한 도시를 벗어났으니 병이 호전되는 것은 당연하다. 도시에 있을 땐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감기와 편도선으로 고생했는데 신기하게도 귀농한 이후엔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다고. 산 밑에 자리 잡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나뭇가지 긁어모아 뜨뜻하게 지핀 온돌방에서 생활하고 싶어서이다. 지씨는 “흙 냄새나는 온돌방과 펼쳐진 논과 밭을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내 것인 양 마음이 풍요롭다”고 말한다. 농사가 목적이 아니니 두 부부는 크게 할 일이 없다. 처음부터 한적한 시골생활이 좋지만은 않았다. 일주일가도 사람하나 구경하기 힘드니 사람이 그리워 살 수가 없었단다. 사람에 치여 떠난 도시인데 시골에서는 오는 사람을 기다린다. 사람이 그리울 땐 노부부는 당진5일장을 찾는다. 아는 사람들도 아닌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것이 좋단다.
앞으로도 지금의 터전에서 자연과 살고 싶다는 지씨는 지금처럼 주변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주면서 살고 싶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