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곱씹어볼수록 새롭다. 오랫동안 찍어 모아놓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지나간 세월에 때론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회에 젖어버리기도 한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일도 많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기 위해 사진을 찾아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일도 있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추억은 더듬을수록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다.

첫 번째 사진은 1984년 군 생활 시절 미군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공부를 잘했던 나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돈이 없어 군대에 먼저 가야했다. 지금이야 말문이 막혀버렸지만 저 당시에는 영어도 술술 나오고 그랬다. 운이 좋았는지는 몰라도 미군부대에서 생활했던 카투사(KATUSA: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육군에 배속된 한국 군인)였던 나는 EO(Equel Opportunity)사병이었다. EO사병은 카투사 중에서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중간에서 문화적 차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었다고 보면 된다. 나는 특히 부대 내에 있던 한국여성들(윤락녀 등)과 미군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러 다녔었다. 보람도 있었지만 눈뜨고 보지 못할 일을 여러 번 겪은 것 같다.

두 번째 사진은 결혼한 직후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피로연 모습이다. 외대를 졸업한 후 1988년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출범했을 때 나와 아내(노민애, 42)는 같은 직장(영등포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와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된 것이 지난 1993년이었다. 지금은 아내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화목하게 살고 있다. 사진 속의 아내를 다시 보니 저 당시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알 것 같다. 내 입이 귀에 걸려 있으니...

아내와 함께 20여년만에 귀향하게 됐다. 호서고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과 함께 고향을 떠났었는데 이제 다시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역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 덕분에 지금 평안하게 살고 있다. 언젠가 그들의 도움에 보답할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