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어느 여름날, 박노해 시인의 “여기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라는 낯선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구마을 평화운동을 펼치는 박노해 시인이 전쟁 직후의 레바논에 들어가 처절한 현장의 진실을 시와 글, 사진으로 담아 낸 이 책에서 그는 무자비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와 민간인들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레바논 전쟁의 이면에는 무관심 대 관심의 전쟁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탐욕에서 비롯돼 강대국의 비호가 부추긴 불의한 전쟁을 결정적으로 승인한 것은 다름 아닌 인류의 방관과 무관심이었음을, 관심이 사라지면 정의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사라진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레바논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왜 전쟁의 대상이 되어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와 민간인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는지 따위는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부모님과 언니, 오빠를 잃고 혼자서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13세 소녀 사나 샬흡이 있었고 콘크리트의 잔해 속에서 전쟁전의 자기집 앞에서 2층 창문너머 예전 그 소년의 방이었던 곳에 결코 주저앉지 않겠다는 다짐인 양 돌멩이를 집어 던지는 소년 아흐마드가 있었습니다. 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시인을 본 다섯 살 난 리안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가지고 나온 아빠 사진을 가슴에 안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아빠와 함께 찍는 첫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는 사진 속의 아이들은 전쟁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임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이국에서 전쟁의 피해로 아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굶주리고 있는데 더운 여름날이 마냥 덥다고 에어컨을 켜고 살았던 내가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레바논의 아이들은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전쟁 방학 없이 학교에 다니고 싶고 누나와 엄마 아빠를 잃지 않고 서로 웃으며 살고 따돌리지 않고 서로 함께 노는 것이 레바논의 친구들이 간절히 바라는 평화라고 합니다.

힘든 고통을 이겨낸 아이들의 마음속에 복수심은 없었습니다.

전쟁도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그 치유 또한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지은이 박노해 | 출판사 느린걸음 | 가격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