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낙성 당선자는 지지자와 기권자, 반대자 모두의 소망과 염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피땀흘려 일해주기 바란다.
▲ 김낙성 당선자는 지지자와 기권자, 반대자 모두의 소망과 염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피땀흘려 일해주기 바란다.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지 20일 남짓 지났다. 불과 얼마 전에 김낙성 후보를 우리지역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다는 사실조차 사람들은 잊은 듯하다. 각 후보 선대위도 정리됐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후보 선대위는 조용히 신터미널 국회의원 사무실로 철수했고 한나라당 정덕구 후보 선대위는 해단식을 가진 후 정후보가 당진에 남아 당을 정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임성대 후보의 진보신당 진영은 선거사무실을 폐쇄하고 당분간 충남도당의 관리아래 놓일 예정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을까. 전국최저의 투표율을 간신히 면했다는 사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당진군의 총선국면을 뜨겁게 달군 것은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치적 쟁점들이 아니었다. 선거 며칠 앞에 지상파 방송을 타고 전국 곳곳에 배달된 당진군 위장인구전입 소식과 전국최저의 투표율을 면해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가슴졸임이었다. 지금도 4월8일 하루온종일 시내를 돌던 어느 여성의 안내방송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밤거리를 종횡하던 여주인공의 두려움과 비장에 찬 목소리를 연상케하는 그 애절함에 이끌려, 까짓 기권해야지 했던 마음을 돌려 투표장으로 향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실제로 당시 당진군 공무원사회는 폭격을 맞은 바나 진배없었다.

총선의 전통적인 의미는 대통령선거에 대한 평가다. 정부여당의 국정운영과 주요정책에 대한 심판대 기능도 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그런 무대가 되지 못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특유의 약삭빠름으로 국가적 쟁점을 숨기려 애썼고 야당들도 그러한 현안을 쟁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공천개혁이라는 이름아래 당내계파들이 충돌하고 하향식 공천으로 당내외 잡음과 갈등도 심했다. 마치 도입부가 길어서 엉성한 시나리오처럼 선거의 전 과정을 공천이 지배했다. 유권자 앞에서 긴장하고 비전과 희망을 심어주기위해 정책개발에 노력하고 치열해지기보다 공천과 이합집산에 정치권은 그야말로 사투(死鬪)를 벌였다. 투표일이 다가왔을 때 유권자들은 지쳐 있었다.

야당무늬, 지역주의 쓰나미

투표결과 충청권을 휩쓴 ‘지역주의 쓰나미’ 앞에 대전과 충남이 초토화됐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크게 저울질한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냐, 지역의 기사회생이냐 두가지였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았듯이 군민들은 한반도대운하와 같은 정부정책에 반대했다. 정부여당의 오만과 무리한 시장주의 정책기조에 실망하고 심지어 두려워했다. 그러면서도 개발의 진퇴양난에 빠진 당진지역을 일으켜 세우려면 정부여당과 전문가의 힘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대안세력은 없었다. 그 와중에 세찬 바람이 불었고 유권자는 결국 이도저도 아닌, 선진당의 두팔을 번쩍 들어주었다.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못한 통합민주당 관계자는 “충남과 당진의 유권자들이 자신을 대변해줄 정당으로 선진당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권능력과 수권의지가 없고 내부개혁이나 차세대 대비를 할 이유조차 없는 자유선진당을 야당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른다. 무늬만 야당일 뿐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좌표가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그들에게서 한미FTA 비준저지나 교육문제 해결이나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음이 자명한데도 왜 사람들은 선진당의 깃발을 대전충남, 그리고 당진에 나부끼게 했을까.

지역주의로의 ‘회귀’는 정책과 희망의 부재로 인해 강화되었다. 선진당은, 기나긴 정쟁(政爭)에 지치고 정책도 비전도 못찾아 공허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충청의자존심’이라는 심리적 안정제로 대전·충남 석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기반을 얻었다. 다른 당은, 어쨌든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상상력의 부재-일하는 국회의원?

김낙성 당선자가 정덕구 낙선자에 비해 인물경쟁력에서 뒤졌던 것은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바다. 정 낙선자는 정부각료 출신다운 정책능력과 치밀함과 추진력과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한 지지자가 “우리 군민에게는 일잘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듯이 역대 국회의원 가운데 지역의 발전을 획기적이고 총체적으로 바꾸어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불행하게도 당진에는 없다. 그런 가운데 정덕구 낙선자와 김낙성 당선자의 개인적 차별성은 무의미해져 갔다.

한편 진보신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김낙성을 구개발주의, 정덕구를 신개발주의로 규정하고 정덕구야말로 이명박식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진단했으며 그 가운데 김낙성 후보를 지지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사회가 보수와 진보 양 날개로 날려면 존립자체가 위태로운 진보의 한쪽 날개를 키워야 할 상황. 선거국면에서 보여진 개혁진영 일부의 김낙성 보수진영 지지운동은 아이러니이면서도 시간이 지나야 이해될 난해한 풍경이었다.

정작 김낙성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조용하고 묵묵하게 그저 자신의 표밭을 갈고 있었다. 그는 군수시절에도 초상집 다니지 말고 군정을 돌봐달라는 수없는 비판 속에서도 묵묵히 외길을 걸어 정치인으로서 입신에 성공했다. 총선기간에도 수많은 악재가 그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에 타격을 입혀도 그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이겼다. 사람들은 김낙성 당선자를 정치선수라고 부른다.

정치후진을 키우지 못해 늘 새로운 인물난을 겪는 당진정치판에서 김 당선자가, 대적할 자 없는 ‘막강 낙성’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것에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왜 그럴까. 김낙성 당선자에게서는 비전이나 열정이나 철학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십수년 닦아놓은 고정된 표가 있다. 일가만 해도 1천세대는 족히 된다는 말도 있다. 그와 함께라면 늘 우리지역은 그저 그럴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사람들은 그를 찍는다. 참 처연한 혈연주의, 지연주의, 혹은 그 무엇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시작, 국정견제와 지역살리기

김낙성 국회의원의 재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부정이나 비리로 당진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그만하면 좋은 평가다. 최근 비리로 얼룩지는 정치권을 볼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그는 이지역의 국회의원으로서 투표자 58%의 지지를 얻었다. 부디 끝까지 그들의 소망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소망과 반대자의 소망과 염원까지도 수용해 주길 바란다. FTA저지와 농촌살리기를 위해 열정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위해 때로 피터지게 싸워주기 바란다.

당진은 이미 농업과 함께 타산업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다. 농사터였거나 갯벌이었던 곳은 공장터로 바뀌고 공장에 물류를 공급할 항만으로 바뀌었다. 그곳들이 살아나야 당진이 살고 당진사람들이 산다. 지금까지처럼 점잖게 손놓고 있다가 공장터로 밀어놓은 땅 위에 묵은 풀들이 자라나 폐허가 된다면 그 책임을 정치지도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항만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부디 선택해준 유권자의 뜻을 배신하지 말기를, 자신만의 입신을 이룬 정치인으로 정치생활을 마감하지 않기를, 지난 10년 이상을 지켜봐준 지역민에 대한 보은의 자세로 나라와 지역을 위해 피땀흘려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