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덕 태현농장 김은호씨
“정부에서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더 이상 ‘지원’이 아닙니다. 지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저리 융자’입니다. 가뜩이나 시설비 투자가 많은 양돈농가들은 더 이상의 융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농가의 빚만 더욱 늘어나고 도산은 더욱 빨라질 겁니다.”
합덕과 신평 두 곳에서 양돈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김은호(43)씨는 “초기 시설투자에 많은 빚을 진 양돈농가들인데 정부의 지원을 반가워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정부에서는 생산비를 낮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료값 급등은 양돈농가들에게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혔습니다. 사료값이 지난해보다 대략 50% 이상 올라 돼지는 사료만으로 비육하는 양돈 농가들은 빚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은호씨는 “전업농 육성이 양돈을 살릴 유일한 방법”이라며 정부의 합리적인 전업농 육성 기준 제정을 촉구했다.
“전업농 육성이 확실한 대안이지만 정부에서 마구잡이식 폐업을 할 경우 양돈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육두수가 많고 적음을 폐업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2500두를 기르면서 시설 투자, 품종 개량 등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놓았고 정부의 작은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농가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매우 합리적인 전업농 육성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순성 나산리 금암농장 이호경씨
“무슨 대책을 세워놓고 협상을 통과시키든지 했어야 했는데 일사천리로 쇠고기 협상이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정부를 믿고 현 이명박 대통령을 믿었는데 헛바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순성 나산리에서 4000여두를 사육하는 이호경(56)씨는 “양돈농가의 어려움은 해결되는 것보다 가중되는 문제가 더 많은 것 같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양돈농가들이 그동안 호소해왔던 큰 어려움은 축산분뇨 처리와 사료값 급등, 그리고 자돈(새끼돼지)의 집단폐사였다. 축산분뇨는 그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아 돼지가격의 상승을 가져왔고 제대로 처리가 안될 경우에는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늘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2010년부터는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어 축산분뇨 처리시설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또 하나의 잠재적인 난제가 자돈의 집단폐사인데 모돈 1두당 자돈이 10마리 가량이지만 이 중 제대로 비육되는 비율은 10마리 중 8마리 가량. 이호경씨는 “자돈의 폐사율이 높을수록 양돈농가의 경쟁력은 낮아진다”며 “품종 개량이나 자동화 시설 및 방역 시설 보급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농가들을 괴롭혀온 사료값 급등은 사료안정기금의 조성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호경씨는 “하루빨리 사료값 안정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사료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한우와 달리 양돈은 100% 수입사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대책에서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위기, 농업위기 부를 것”
한성현 농업경영인 당진군연합회장
이번 협상은 협상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협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불러야 한다. 이번 협상은 한 마디로 ‘농업을 버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농가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농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협상이다.
정부에서 대책으로 고품질 우수 농산물 생산, 축산장려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농민들의 실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농업의 경쟁력이 없는 이유를 모두 농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고품질 우수 농축산물 생산 지원은 정부에서 늘 주장해온 말이지만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번 협상을 통해 축산농가와 축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지만 이 어려움은 곧 모든 농업분야로 퍼져나갈 것이다. 농업의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이번 협상의 무효화를 위해 다른 농업단체와 함께 가능한 모든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양돈농가 도산위기, 정부 결단해야”
김기원 당진축협 조합장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무시하고 협상을 진행했어야 됐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국내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은 물론 검역주권까지 포기해 모든 국민들을 광우병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킨 협상을 한 거다. 30개월령 이상의 소와 소뼈, 내장까지 수입하고 검역권도 포기한 정부를 이해할 수 없고 이번 협상결과에 모든 농민이 실망하고 있다.
유럽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보듯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 중 1차산업을 포기하고 발전한 사례가 없다. 우리 나라 역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1차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축산농가들은 지금 사료값 급등과 유가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료값만 해도 지난해보다 절반 가량 올랐다. 한우 농가 뿐만 아니라 양돈농가들도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소규모 양돈농가들은 대부분 도산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양돈농가 경쟁력 책임져야”
남청현 대한양돈협회 당진지부장
정부의 지원은 결코 지원이 아니다. 이자만 약간 저렴한 대출 성격이기 때문에 농가들의 빚만 더욱 늘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은 커녕 협상 후 1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만 내놓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사료값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올랐는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라는 악재로 양돈농가들의 미래는 매우 암담해지고 말았다.
전업농 육성이 살 길이다. 정부에서 현실적인 폐업보상 기준과 사료안정기금 확보 등 축산농가에서 요구하는 정책을 실현시켜 농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스갯소리였던 ‘이제 김치찌개에 쇠고기가 들어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라는 농담이 현실화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정부의 대책이 농민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거꾸로 간다면 양돈농가들의 연쇄도산은 시간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