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들이 2/3을 차지하는데 왜 매번 할아버지들이 회장이야? 남자들이 하라는 대로... 할머니들은 대부분 주장도, 발표도 잘 안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여자가 회장하고 남자가 부회장을 하자고. 그게 맞는 거 아니냐고, 그 소리를 했더니 그때부터 회장이야.”
강아지들을 동반하고 마을 어귀까지 나와 객을 맞는 강신순(79) 할머니. ‘보통 할머니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고 소개 받은 할머니가 처음 풀어 놓은 이야기는 12년째 다니고 있는 합덕대건노인대학 생활이었다. 할머니는 서른살 때까지 당진초, 신평초 등 고향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15년 전 남편을 여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던 탓에 처음 할머니의 고향살이는 힘들고 어려웠다고. 무엇보다 여가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대건노인대학을 알게 됐다.
“대건노인대학에서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노인들이 모여 덕 있는 노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지.”
할머니는 무엇보다 갈 곳 없는 농촌 노인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를 배우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며느리와의 갈등, 옆집 할머니와 다툰 이야기, 아들이 속 썩이는 사정... 속 이야기들을 하면서 정이 드는 거지.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인들에게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맞장구 쳐줄 친구들이 있다는 게 큰 위로거든.”
때로는 그렇게 마음을 나누던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몸이 아파 만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하나, 둘 씩 주위 사람들이 떠나... 떠나는 중이야... 어떤 때는 너무 허전해, 하지만 그게 다 인생 아니겠어. 종말은 있는 거니까. 다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 언제든 죽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죽으면 안 되는 거지.”
인생의 황혼녘, 때가 되면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보내는 이의 가슴은 아프다. 그리고 해가 거듭할수록 그 쓸쓸함이 더해진다.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데 반해 노인들의 여가생활과 복지는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외교관인 사위 덕분에 유럽이며 일본 등 복지 선진국을 수차례 여행한 할머니는 한국의 노인복지가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지금의 노인들은 얼마나 열심히 살아 온 세대야. 어려운 시기 극복하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성실히 살았는데, 국가에서 혜택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매일 같이 자기 배 불리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싸우는 정치하는 젊은이들 보면 참 답답해.”
할머니는 열심히 일하고 떠날 길을 준비하며 인생의 황혼녘을 보내야 할 노인들이 덕스럽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나라에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만 아는 악착같은 삶을 살지 말고 베풀며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