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태양은 고요히 떠오른다

이민선

새마을지회 사무국장

우린 세기말에 어느 나라 보다도 너무나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그런 현상은 2년 가까이 된 지금도 회복이 안되었고 그 쓰라린 후유증은 새세기를 맞고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농촌경제는 어디 심어논 채소 한가지 수지 맞는게 없고 우리 주변의 장사면 장사, 건축이면 건축 무엇하나 잘돌지 않는다. 수해복구에 뛰어든 중장비 업자와 특별한 몇몇을 빼놓고는 숨통이 막힌채 몰골들이 죽지못해 까무러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조석으로 발표되는 장밋빛 경제지수에 기대를 걸고 혹시나 이제는 마지막 고비를 넘기는가 좋은 세월을 기다린다. 그래서 예서제서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각 지역의 소망을 담고 있는 ‘밀레니엄’ 축제들을 더욱 관심있게 바라보는지 모른다. 또다시 이런 어려움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성의 마음에서 일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한 유형의 행사에 대해 무엇을 크게 기대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상징적인 것으로 봐야 할텐데, 그 상징적 일정을 너무 널브려 놓은 감이 든다.

동이 가장 먼저 트는 동해안 저 북쪽의 거진에서 삼척을 지나 울산과 부산의 해운대까지 1천3백여리 해안에는 벌써부터 60여곳에서 새해맞이 행사들을 준비하느라 법석이다.

서해안 역시 지형적인 특성으로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볼 수 있는 몇개 시·군에서도 밀레니엄 행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천 마량포에서 열리는 Good bye 행사에는 달집태우기, 해상불꽃놀이로 올해 마지막 밤을 불사르고, Welcome 행사에는 어선 5백척을 동원한 새벽 해상퍼레이드 등 일몰과 일출행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국 각곳의 수많은 새해맞이 행사계획을 보면 하나같이 거의가 천편일률적이다. 해상퍼레이드를 하고 횃불을 올리고 주변 여기저기에서 각기 다른 종교의식이 치러진다. 또한 요란한 풍물놀이가 바닷가를 웅성거리게 만든다. 심지어 볼거리는 물론 먹거리와 살거리 장터까지 인위적으로 임시 만들어 놓는다.

물론 관광객을 유치하는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취향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소란스럽게 한 방향으로 질주할 때 잠잠하게 되돌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혹시 우리지역도 이런 것이 준비중이라면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고 미래와 만나는 시점에서 장엄하게 상서로운 서광을 받을 수 있도록함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요란함의 반대되는 측면을 고려하고 준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동쪽의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정안수를 떠놓고 두손 모으던 그 전통을 끌어안아 새로움을 풀어 보려는 조용한 성격의 말없는 다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백25억원이 투자되었던 제주 섬문화축제의 시설물이 흉물화되고 몇천억을 들이고도 기대효과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전엑스포 장소를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오래도록 추억의 명소, 값싸고 맛있는 음식, 깨끗한 거리, 친절한 안내로 기억될 수 있는 내고장이었으면 한다.

고통스러웠던 지난 몇년의 가파른 운명을 뒤돌아보며 새희망의 명운을 빌고 천명을 기다리는 자세로 조용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는 모두 각자의 마음가짐에서 더욱 중요함을 갖는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많은 수의 조용한 사람들이 죄다 당진으로 찾아와서 오래도록 추억거리를 만들도록 말이다.